김 전 위원장은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와 로봇 전환은 어느 나라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노사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 미래에 대한 전환지도를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위원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AI 대비한 노사민정 논의 절실…미래 함께 고민해야"
"상황은 다르다고 본다. 1998년은 정부와 사용자들의 잘못으로 노동자들이 고통을 감당한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다만 다가올 고용불안이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하다. 우리는 한 번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을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산업전환기에 어느 나라 모델이 있다면 배워서 대처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모델이 없다. 노사가 함께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전환지도를 함께 그려야 한다."
-산업전환기 고용안정을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노사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자신들의 논의로만 풀 수 없는 만큼 노사민정 논의가 필요하다. 1998년 IMF에 따른 충격 때문에 노사민정에 대한 회의감이 있는 것도 알고 있지만 노사민정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당장 해결 방안을 만드는 기구만이 아니라 장기적 미래를 연구하고 충돌 지점을 완충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에서는 노사 자문위원 같은 제도를 통해 출구를 찾고, 산업 전체로는 노사민정을 통해 위기를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 논쟁이 커지고 있다. 노동정책 차원에서는 어떻게 봐야 하나.
"조심스러운 이야기다. 기업이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면 박수를 치면서, 노동자들이 자기 노동을 통해 헌신하고 노력한 가치에 대해서는 절하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지양하고 노동자의 몫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성과급은 성과급이다. 미래 비용을 성과급으로 당겨 쓸 수는 없는 만큼 '지금 바짝 벌자'가 아닌 미래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고용안정기금과 사회연대기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과급이 사실상 임금처럼 굳어지는 흐름이 우려되는 것인가.
"그렇다. 성과는 성과급으로 남아야 한다. 그 이상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성과급이 임금화되면 기업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임금을 반납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노측 대표도 해봤고 공공기관 임원도 해봤고 노사 관계를 가깝게 하는 노동특보 역할도 하다 보니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우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본다. 항상 조화로움이 중요하다.”
-성과급 지급률을 노사 교섭이 아니라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도록 법제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일정한 성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돈에 너무 집중하는 노사문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과 개인의 삶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로 변화해야 한다. 대기업의 성과가 그 회사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유관 업종을 배려하고 사회적으로도 나누는 방식이 필요하다."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배부른 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도 맞물린 문제로 보인다.
"그렇게 혼내면 당사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장 기업 성과가 나왔고 그 성과에 노력한 몫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격려하면서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상황으로 가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자고 해야 한다. 대기업 노동자가 돈을 많이 받는다고 무조건 미워할 일은 아니다. 국가적으로 보면 세금도 많이 낸다. 중요한 것은 나누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다."
-고착화되고 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울산은 협력업체라도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현대차는 성과급을 많이 받는데 우리는 적게 받는다는 감정이 생긴다. 기업이 다르기 때문에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원청이 협력업체의 사기가 죽지 않도록 납품단가를 지나치게 낮추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좋은 기업, 좋은 노동조합을 만들도록 응원해야 한다. 노동조합을 사회악처럼 보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사회적 대화 복원이 노동정책의 핵심 과제로 보인다.
"사회적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 무엇을 해주면 참여하고, 안 해주면 빠지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사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측면이 있다. 과거 전교조 합법화, 민주노총 합법화, 구조조정 법안 문제 등으로 상처도 많지만 이제는 뛰어넘을 때가 됐다. 노사민정이 당면 현안만 풀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정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대화에 들어와야 한다고 보나.
"많은 단위사업장 대표자들도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민주노총 위원장이 결단해야 한다. 노사 대표자가 자기 식견과 고민을 그 안에서 풀어헤쳐야 한다. 잘못되면 막는 것이 대표자의 역할이다. 뒤에서 우리는 반대한다고 외치기만 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청년 고용 문제가 심각하다. 기존 노동운동이 놓친 지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청년을 들러리로 세우면 안 된다. 민주노총이 청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청년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을 청년들 속에서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청년이 중심이 된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의제를 선택하고 구상하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줘야 한다."
-현대차 노사관계에서 노동정책적으로 참고할 대목이 있나.
"현대차 노조는 극단적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1998년 엄혹한 시기에도 조합원들이 슬기롭게 극복했고, 지금 현대차는 글로벌 톱 수준으로 성장했다. 노사 모두 회사에 애사심을 갖고 있고, 정의선 회장이 직원을 존중하고 이해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노조 역시 위기의식 속에서 현명한 판단을 한다. 오랜 갈등과 상처를 통해 만들어진 존중의 구조다."
-이재명 정부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노동정책 1년을 평가한다면.
"지금까지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부적인 문제까지 밤잠 안 자고 일한다고 생각한다. 김영훈 장관은 험난한 의제를 마다하지 않고 직접 현장에 나가 풀려고 한다. 재해 문제도 울산에 와서 밤잠 안 자고 챙기는 것을 지켜봤다. 다만 청년 문제를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김영훈 장관이 초과이익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논란이 됐다.
"좋은 생각은 좋게 받아줘야 한다. 성과급 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됐는데 장관으로서 고민이 크지 않겠나. 그 고민을 이야기한 것을 마치 결정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반대되는 입장이 있으면 충분히 개진하면 된다. 만일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 응원은 못해도 미워하지는 말아야 한다. 서로 입장은 충돌할 수 있지만 합의되는 지점도 분명히 있는 만큼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노동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노든 사든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중요한 것은 균형을 잡아줄 제도다. 노사자문위원 등의 기구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지원하고, 데이터와 근거를 가지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노사민정이 논의하는 기구의 핵심은 노사와 대한민국이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을 안내하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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