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초대형 폭발 사고 5일째 톈진...주민들, 현장에서 70km 떨어진 톈진 시내로 속속 도피...당국, 여론동요 차단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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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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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톈진 폭발사고 현장 모습. [사진=신화통신]


중국 공안과 무장경찰이 16일 사고현장으로부터 3km 가량 떨어진 베이강루를 봉쇄한 채 일반인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사고 현장 관측을 위해 드론도 동원됐다. 무장경찰이 16일 관측용 드론을 공안 차량으로 옮겨싣고 있다. [사진=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톈진(중국)=아주경제 조용성 특파원

16일 오전 중국 톈진(天津)시 빈하이(濱海)신구 베이강루(北港路) 초입. 무장경찰, 특수경찰, 공안 등 50여명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며 진입 차량과 인원을 전면 통제하고 있었다.

베이강루는 지난 12일 저녁 11시30분쯤(현지시간) TNT 24t에 해당하는 초대형 폭발이 일어난 톈진항 물류창고로 이어지는 곳이다. 참사에 따른 인명 피해는 16일 오전 12시까지 사망 112명, 실종 95명으로 집계됐다. 

톈진항 사고현장까지는 3km 가량 떨어졌지만 인근 건물 유리창 대부분이 깨진 데다 주변에 파편이 널브러져 있어 사고 당시 참상을 실감케 한다. 굳은 표정의 무장경찰들이 수색작업에 사용할 드론(무인기)을 옮기는 장면이나, 사진을 찍는 기자를 쏘아보며 제지하는 공안들 모습에서 절로 긴장감이 감돈다.
 

톈진 빈하이신구의 초고속성장을 상징하던 빈하이국제전람관 16일 모습. 이 곳 유리벽이 폭발 사건으로 인해 곳곳이 깨진 채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사진=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사고현장으로 통하는 또 다른 길목인 난강루(南港路) 역시 공안차량으로 길이 통제돼 있었다. 부근 막사에서는 무장경찰 30여명이 굳은 표정으로 작업지시를 받고 있다. 빈하이신구의 초고속 성장을 상징하던 빈하이국제전람관 유리벽은 대부분 깨진 채 바닥에 흩어진 잔해는 그대로였다. 사상자가 이송된 타이다(泰達)병원에서는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차츰 수습되는 듯하던 분위기는 사고 발생 4일째인 15일 오전 11시40분쯤 추가로 7~8차례 폭발이 발생하면서 초긴장상태로 돌변했다. 참사 현장인 물류창고에는 탄화칼슘, 칼슘실리콘합금, 시안화나트륨 등 폭발하기 쉽고 독성을 띈 화학물질들이 주로 보관돼 있었다. 이 밖에 어떤 화학물질이 보관돼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시안화나트륨 700t은 완전히 사라졌다. '청산소다'로 불리는 시안화나트륨은 금속 도금, 광석 제련, 살충제 등에 사용되는 맹독성 물질이다.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때 학살 등에 사용한 독가스 성분이기도 하다.

중국 현지 매체는 15일 7~8차례 추가 폭발에 이어 "폭발 중심부에서 (반경) 3㎞ 이내 지역에서 작업하는 모든 인력에 대해 긴급 소개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주요 내용은 "(폭발사고) 핵심구역에서 3㎞ 이내에 있는 인원은 신속하게 철수하라" "폭발 현장인 둥하이루(東海路)에서 3㎞ 범위 내에는 그 어떤 차량과 사람도 있어서는 안 된다" 등이었다. 이에 따라 무장경찰, 특수경찰, 교통경찰 등이 모두 철수했다.

사고현장 인근 주민들은 물론 현장 작업자들이 경찰들의 철수모습에 불안감에 휩싸인 것은 당연한 일. 가족들을 데리고 사고현장에서 70km 떨어진 톈진 시내로 도피하는 주민들이 속출했다. 중국 인터넷상에는 "15일밤 톈진 사고현장 주변에 공기중 유독물질을 씼어내기 위해 인공강우가 내릴 것이며, 비에 맞으면 즉시 샤워하고, 옷은 빨아야 하며, 우산도 씻어야 하고, 비가 그친 후에도 젖은 땅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나돌았다. 이 같은 메시지는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전파됐고 공포심은 더해갔다.

이날 빈하이역에서 만난 정광민(鄭光敏)씨는 "어제 밤 빈하이신구에 오염비가 내린다는 말을 듣고 가족들과 함께 톈진 시내에 있는 친구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지금 돌아오는 길"이라며 "폭발로 인해 토양이나 지하수가 오염됐다는 소문이 파다해 타지역으로 이사갈 계획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15일 저녁 여론 동요 차단에 나섰다. 현장지휘부는 톈진대학 전문가들을 초빙해 현장을 샅샅이 뒤져 잔존 시안화나트륨을 발견했으며, 누출방지 조치를 취했고, 조만간 전문 처리시설로 옮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기 검사 결과 시안화나트륨 대량확산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톈진시 공안국은 7~8차례 폭발은 화재로 파손된 자동차내 가솔린이 자동연소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톈진시 소방국은 ‘3km 이내 철수령’은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작업자의 접근 방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와전된 소식이라고 해명했다.

중국 국가해양국 역시 주변해역을 검측한 결과 시안화나트륨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액체상태의 독극물과 화학약품 상당 부분이 토양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만큼, 해양오염의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업계의 피해도 막심하다. 한국 업체 직원들은 화학약품 접촉 위험 때문에 현장접근을 자제하고 있어 정확한 피해규모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다만 현대차그룹 자동차 4000여대가 전소돼 피해액이 16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톈진항 통관 절차가 중단된 만큼 삼성전자, LG전자 등 톈진에 입주해 있는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물류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 한진해운 현대상선 장금상선 등 해운사들의 컨테이너가 파손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톈진항에는 우리나라 해운사 14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물류업체 화물은 모두 보험에 가입돼 있는 만큼 보험사로부터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다는 게 현지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 발표로 민심 동요는 잦아들겠지만, 현장은 추가 폭발 우려와 긴박한 구조작업으로 초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예상과 달리 공기중 오염은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16일 찾은 사고현장은 짙은 스모그가 깔려있었지만, 공기중에 화학물질 냄새가 나지 않았고 호흡곤란이나 가려움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장경찰, 공안, 자원봉사자들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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