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작년 10월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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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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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국 금융기관은 추가적으로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고 있고, 자생력을 상실한 금융기관에 대한 국유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는 시장상황은 회피심리를 높이며 이머징마켓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증가시키고 있다. 신흥국가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스프레드가 작년 10월 고점 수준까지 상승한 것은 이를 대변한다. 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매도공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는 것도 이에 따른 결과다.

불안정해진 주식시장 여건은 향후 전망에 대한 비관을 확산시키며 코스피가 다시 10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원ㆍ달러 환율 상승이 멈춰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 상황이 작년 10월처럼 급박한 공황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불안에도 불구하고 작년과 달리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국내 금융불안이 작년 10월만큼 커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동향과 기업이익을 포함한 펀더멘털 측면이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작년 10월 본격적인 경기급랭에 직면했던 시기와 달리 어느 정도 경기침체에 대한 인식이 축적된 상황이라 시장이 느끼는 충격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물론 펀더멘털 여건이 추세적으로 개선될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고, 당분간 경기 불안정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 경제가 우려되고 있는 디플레 리스크에 빠져버릴 경우 상당기간 경기 바닥에 대한 논의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에 대해 확정적인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어 곧바로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이미 상당 수준 하락한 주가가 당장 추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임을 알려준다.

따라서 원ㆍ달러 환율 동향에 따른 미시적인 시기 조절 필요성을 감안하는 속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저점 접근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1분기 내내 이어지고 있는 박스권 등락이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코스피 1000선을 기준으로 매수전략이 세워져야 한다. 2월 후반 들어 단기적인 주가 낙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시장 접근이 유효한 때임을 시사한다.

투자대상으로는 IT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IT주는 공급 축소 측면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데, 특히 반도체주가 그렇다. 물론 글로벌 IT 산업 역시 부진한 수요에 따른 약점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IT 신규주문 증가율은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하고 있고, 2002년 이후 최고로 상승한 재고ㆍ판매 비율은 아직 재고조정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미 반도체장비 수주출하비율(BB Ratio)은 주문 급감 여파로 2001년 이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 축소에 따른 효과가 수요 위축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고 남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2월 이후 반도체 가격 상승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이를 대변하는 신호다.

IT주 업황 사이클에서 상대적 우위는 국내 IT 산업 재고 증가율에서도 확인된다. 미국과 달리 국내 IT 산업은 이미 발 빠른 재고 조정 사이클을 거치고 있고, 이는 다른 국내 산업 사이클과 비교해서도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재고 사이클이 이익 사이클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기회복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수혜가 표면화될 수 있어 IT주 비중 확대 전략은 여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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