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배민과 다이소의 영토 확장... 골목시장 한숨 외면해선 안 돼

사진정연우 기자
[사진=정연우 기자]

"요즘 장사가 너무 안돼요."

전통시장이나 상점가를 취재할 때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들려오는 상인들의 공통된 멘트다. 손님이 줄지어 서는 유명 맛집이나 한산한 가게 할 것 없이 입을 모아 같은 푸념을 내놓는다. 경기 불황 탓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거대 플랫폼과 유통 공룡의 거침없는 영토 확장이다.

점심 시간 배달 알림이 계속 울려도 배달 중개수수료, 각종 프로모션 비용, 배달비를 떼고 나면 손에 남는 게 없다. 장사가 잘돼 매출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여도 정작 실속은 하나도 없는 '착시형 적자'에 허덕이는 꼴이다.

대표적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은 최근 수수료 체계 개편과 배달비 부담 전가 이슈로 외식업 자영업자들과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상생안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배민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손님으로 참석했지만, 이들이 보여준 태도는 여전히 실망스러웠다. 올해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배달의민족 경영진은 수수료 인상 및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에도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기보다 책임 회피성 답변과 미온적인 태도로 공분을 샀다. 증인으로 채택된 김범석 배민 대표는 결국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손잡고 함께 가야 할 자영업자들에게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준 대목이다.

거리의 풍경 역시 다르지 않다. 5000원 균일가를 앞세워 국민 잡화점으로 급성장한 다이소가 동네 상권 구석구석을 빠르게 점령하면서 십수 년간 자리를 지키던 문구점, 잡화점, 철물점들은 맥없이 간판을 내리고 있다. 소비자가 누리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의 이면에 골목상권을 온몸으로 받쳐주던 영세 소상공인들의 생존 기반이 조용히 해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의 허점을 파고드는 대형 잡화 매장의 무분별한 골목 침투에 소상공인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다이소의 영토 확장은 오프라인 매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 구도에서 벗어나 공식 온라인몰 통합 개편과 당일 배송 및 익일 택배 서비스, 퀵커머스 플랫폼 연계 등 구매 채널을 빠르게 다각화하고 있다. 매장 방문 고객뿐만 아니라 온라인 고객까지 흡수하면서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진 동네 구멍가게와 문구점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쪽에서 생존을 위협 받게 됐다. 

더 큰 문제는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나 지자체, 기업들이 내놓는 대책이 늘 '자율 상생'이라는 허울 좋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의 정보와 협상력 불균형이 극명한 상황에서 거대 기업의 선의나 자율적 양보에만 의존하는 상생안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법적 강제력도 없고 체력도 부족한 영세 점주들에게 이러한 자율 협약은 현장에서 체감조차 되지 않는다.

거대 플랫폼과 대형 유통 체인의 기술적·상업적 성장 자체를 마냥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확장은 자본주의 사회의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성장의 그늘에서 골목상권이라는 뿌리 생태계가 송두리째 무너져 자영업자들이 몰락한다면 가계 부채 증가와 지역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소비 위축으로 유통 기업과 시장 전체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상공인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유통 생태계를 함께 지탱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는 일회성 지원금이나 보여주기식 단발성 협약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적 쇄신에 나설 때다. 플랫폼 배달 수수료 산정 방식의 정기적 공시 의무화, 불투명한 수수료 구조 개선, 그리고 대형 유통 체인의 골목상권 입점 시 실질적인 상권영향평가 강화와 같은 구조적인 안전장치가 요구된다.

공룡이 된 거대 기업과 골목상권이 상극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진짜 상생'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보다 정교하고 과감한 법적·제도적 판을 짜야 한다. 골목시장 사장님들의 한숨을 외면하면 성장은 오래갈 수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