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기에는 이번 방문의 의제와 외교적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실제 북미 정상 간 접촉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북미협상과 관련해 중대한 합의나 돌파구가 마련될 상황이 아니었다면 시 주석이 직접 나설 필요성도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리창 총리가 단둥을 찾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면 신압록강대교 개통과 교역 확대 등 경제협력이 방문의 핵심 메시지로 부각됐을 가능성이 있다. 리창 총리는 중국공산당 서열 2위로서 상당한 정치적 무게감을 지니고 있지만, 그의 직책은 정부 행정과 경제 정책에 집중돼 있다.
반면 왕후닝 주석은 정치적인 성격이 짙은 인사다. 왕 주석은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에서 30여년간 핵심 보직을 거친 이론가이자 정치 전략가다.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세 지도부에서 정책과 이념을 다루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국무원 행정을 총괄하는 리창 총리와 달리 당의 정치적 방향과 이념, 대외 관계의 전략적 의미를 강조하는 데 강점이 있는 인물이다. 왕후닝 카드를 활용함으로써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문을 경제협력 행사에 한정하지 않고 북중 간 역사적 연대와 정치적 신뢰를 재확인하는 계기로 활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협력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왕후닝은 김 위원장과 함께 단둥의 자동차 공장을 시찰했고, 신압록강대교에서 김 위원장을 송별했다. 왕 주석은 또한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계기로 인적 왕래와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연대를 강조하면서도 실질적인 경제협력의 확대를 함께 모색한 것이다.
특히 왕 주석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양국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수호할 수 있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대외환경을 조성하자"고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교역 확대를 넘어 양국이 외교·안보 환경에 관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힌다.
이번 방문은 시진핑과 김정은이 직접 만나 새로운 전략적 합의를 발표하는 정상회담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경제협력만을 논의하는 실무 방문도 아니었다. 왕후닝을 통해 북중 혈맹의 역사적 연속성을 강조하고, 경제협력과 전략적 소통을 함께 부각한 일정이었다. 북중간의 전략적 밀착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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