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직무유기' 조태용 전 국정원장 항소심 징역 2년 6개월...1심보다 1년 늘어 

  • 1심 무죄 판결, 위증·증거인멸 혐의 유죄로 뒤집혀

  • "국가 기관인 국정원에 대한 국민 신뢰 저버려"

조태용 전 국정원장 사진연합뉴스
조태용 전 국정원장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허위 사실을 유포해 정치에 관여하고 관련 증거를 인멸·위증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직무유기와 국가정보원법 위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및 자격정지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는 1심 재판부가 선고했던 징역 1년 6개월에서 형량이 1년 늘어난 것이다. 앞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조 전 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조 전 원장의 핵심 혐의 다수를 유죄로 뒤집었다. 가장 대표적인 대목은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의무 위반 혐의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이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 2024년 12월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국정원과 외교부 직원들에게 '홍장원 전 1차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문자를 발송한 행위를 위법한 정치 개입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이 해당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저지하려는 정치적 동기와 목적을 갖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봤다. 이는 홍 전 차장의 진술이 당시 탄핵의 핵심 근거였던 만큼, 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국정원장의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여론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판단이다.

또한 1심에서 무죄가 나왔던 위증 및 증거인멸 혐의도 대부분 유죄로 전환됐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이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과 공모해 주요 정치인 체포 논의가 담긴 비상계엄 정보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를 유죄로 봤다. 국회 내란특위와 헌법재판소에서 '홍 전 차장으로부터 체포 지시 보고를 받은 적 없다'라거나 '삼청동 안가 회동 및 계엄 선포문을 본 적 없다'고 한 진술 역시 허위 증언으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계엄 관련 지시 문건을 건네받은 사실을 부인한 혐의에 대해서는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상 '계엄 관련 지시 문건' 수령 여부가 핵심이었음에도 1심이 이를 '일반 문건'으로 넓혀 해석해 불고불리 원칙(不告不理의 原則·검사의 공소 제기가 없으면 법원이 재판할 수 없고, 공소장에 적힌 범위 안에서만 심판해야 한다)을 위반했다고 봤다.

한편 핵심 공소사실 중 하나인 직무유기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가 유지됐다. 비상계엄 당일 홍 전 차장으로부터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 시도를 보고받고도 국회에 즉시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이 방첩사의 체포 시도를 인지했더라도 구체적인 체포 이유와 방법 등 추가 정보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만큼, 법적 보고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직무유기죄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전달해 정치에 관여했다는 혐의 역시 적법한 국회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한 것일 뿐 사전에 여당과 논의한 증거가 없다며 1심과 같이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장은 막대한 정보력을 보유한 만큼 한층 더 높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며 "피고인은 고위공직자로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증거를 인멸하고 실체적 진실 규명을 방해했으며, 국가 기관인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신뢰를 크게 배반했다"고 엄중히 질책했다.

항소심 선고 내용에 대해 조 전 원장 측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만약 상고할 경우 사건은 향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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