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 원칙 상식]조인성의 영화관 —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조용한 실천

극장가가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OTT 확산과 관람 인구 감소로 영화 산업의 체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극장은 여전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문화 산업을 살리는 힘은 거창한 정책 이전에 ‘사람의 행동’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배우 조인성이 보여준 선택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조인성은 최근 영화 휴민트 상영을 위해 사비로 영화관을 대관해 팬들과 보육원 청소년, 사회복지사들을 초청했다. 단순한 팬 이벤트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의미는 그보다 넓다. 평소 문화생활을 누리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영화 관람의 기회를 제공했고, 침체된 극장에도 관객을 불러 모았다. 팬들과의 관계도 더욱 깊어졌다. 한 번의 행동으로 여러 가치를 동시에 만들어낸 셈이다.

	영화 휴민트 배우 조인성 사진NEW
영화 '휴민트' 배우 조인성 [사진=NEW]


이런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이미 2023년 영화 밀수 개봉 당시에도 희귀질환 청소년과 장애 청소년 가족들을 초청해 상영회를 열었다. 휠체어 이용 관객을 위해 이동이 편한 좌석을 배치하는 세심한 배려까지 더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태도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이런 행동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부른다. 사회적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거창한 기부나 대대적인 캠페인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이렇게 조용한 행동에서 더 큰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 이런 실천은 더 중요하다. 문화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사회의 정서와 공동체를 연결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문화 접근의 격차가 존재한다. 경제적 여건이나 환경 때문에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을 쉽게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인성의 상영회는 그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역할을 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극장 산업에 대한 메시지다. 영화는 결국 극장에서 완성되는 예술이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관객들이 같은 공간에서 웃고 숨 쉬며 이야기를 경험하는 과정이 영화의 본질이다. 배우가 직접 극장을 지키는 행동에 나섰다는 사실은 영화 산업 전체에 상징적인 의미를 던진다.
 

그의 선택은 일종의 문화 선순환 모델이기도 하다. 배우가 극장을 살리고, 극장이 관객을 모으며, 관객이 다시 영화 산업을 살린다. 여기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화 서비스까지 더해졌다. 결과적으로 팬, 극장, 사회 모두가 이익을 얻는 구조다. 말 그대로 ‘일석삼조’의 실천이다.

 

사회는 결국 이런 작은 행동들로 조금씩 따뜻해진다. 영향력 있는 인물이 책임을 나누고, 문화가 더 많은 사람에게 열릴 때 공동체의 품격도 함께 높아진다.
 

조인성의 영화관 대관은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문화의 가치, 공동체에 대한 배려, 그리고 책임 있는 영향력의 사용이라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멀리 있는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런 행동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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