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8% 넘게 '뚝'…최고가격제 출구 전략·정유사 손실 정산 촉각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 이후 중동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8개월 가까이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의 출구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 제도 종료 시점이 앞당겨지고 재정부담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누적된 정유사 손실보전금 규모조차 확정되지 않아 정산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5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94.62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8.67%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8.12달러로 8.29% 하락했다. 두 유종 모두 2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을 확보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이란 전쟁 종식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이 종료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유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17일부터 제11차 최고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지난 6월 말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행 최고가격 적용 기간은 오는 13일까지다.

정부는 중동 전쟁 종료와 호르무즈 해협 운항 정상화, 국제유가 안정을 최고가격제 종료 검토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브렌트유가 90달러대로 내려왔지만 실제 종전과 원유 수송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당장 제도를 종료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고가격제 종료 여부와 함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정유사 손실보전금 정산이다. 정부는 올해 목적예비비 4조2000억원을 마련했고 내년도 예산안에도 올해 4분기 손실보전액 1조4497억원을 편성했다. 총 5조6497억원의 재원을 확보·편성한 셈이지만 실제 손실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첫 정산 대상인 3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의 손실보전액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정유사별 원가와 적정 마진을 기준으로 손실을 산정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반면 정유업계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손실 산정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손실보전 규모를 둘러싼 입장차도 크다. 정부는 기존에 확보한 예비비와 내년도 예산안으로 지원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정유업계는 실제 손실액이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돼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이 앞당겨지면 추가 재정소요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제도가 종료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손실에 대한 정산 부담은 남는다. 정부로서는 최고가격제 출구전략과 함께 손실보전 규모를 확정하고 재정 부담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내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고가격제의 종료시점과 손실보전금 지급시기, 실제 손실발생 규모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손실보전 소요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가격규제로 인해 정유사에 발생한 손실을 사후적으로 보전하는 만큼 구체적인 집행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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