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판세에 4일 일본 증시가 요동쳤다. 민주당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일본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가 쏟아졌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한때 3000포인트 넘게 떨어져 6만선 턱밑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줄여 전 거래일보다 893포인트(1.42%) 내린 6만2188.63에 마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닛케이평균은 전 거래일보다 108포인트 내린 채 출발했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낙폭이 커졌다. 정오를 조금 지나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되찾았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자 매도세가 한층 거세졌다. 지수는 한때 6만30까지 밀려 장중 기준 약 반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락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 관련주였다.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홀딩스는 장중 한때 15%, 전자부품 업체 다이요유덴과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어드반테스트도 각각 15%, 10% 떨어졌다. 오전에 강세를 보였던 종합상사주와 자동차주도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픽테재팬의 다나카 준페이 투자전략부장은 "AI 관련주뿐 아니라 경기민감주에도 매도가 번지며 전면적인 위험 회피 양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민주당의 약진이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에 미칠 영향이다. 선거 과정에서 일부 민주당 후보는 데이터센터 건설 보조금 중단을 주장했다. 애셋매니지먼트원의 아사오카 히토시 수석 전략가는 연방의회 선거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건설 인허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민주당 조시 샤피로 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샤피로 주지사는 그동안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주민 반대가 거세거나 투기적 성격이 강한 개발사업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둔화하면 그동안 투자 확대의 수혜를 본 일본 반도체 관련 기업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미즈호증권의 히로나카 다카아키 선임 글로벌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AI의 수익성과 비용을 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는 국면이 됐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지난달부터 신흥 AI 클라우드 업체의 신용 불안과 빅테크의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증시를 짓눌러 왔다고 전했다. 여기에 민주당 우세로 AI 규제 강화 우려까지 겹친 셈이다.
다만 장 후반에는 하락세가 진정됐다. 닛케이 평균은 그동안 지지선 역할을 해 온 200일 이동평균선을 장중 한때 1년 5개월 만에 밑돌았다. 하지만 이 부근에서 하락이 멈추면서 낙폭을 줄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의 아쿠쓰 마사시 수석 일본 주식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려워지면 오히려 시장 변동성이 잦아들 수 있다며 이날 일본 증시의 반응이 다소 과도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거래 시간대의 특성이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증시가 열리기 전에는 유동성이 높은 일본 주식에 매도가 몰리기 쉽다는 것이다. 이와이코스모증권의 시마다 가즈아키 수석 전략가는 과거 미국 선거 때도 일본 주식에 위험 회피성 매도가 집중되곤 했다며, 이날 하루의 움직임만으로 이후 흐름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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