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에 내주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기 회담을 모색하고 나섰다. 국내 정책 추진에 제약을 받게 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나 북한과의 협상에서 외교 성과를 서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일본 정부 내에서 나오는 만큼, 직접 만나 미일동맹의 결속을 재확인하려는 것이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미일동맹은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축"이라며 "정상과 외교장관을 포함한 모든 수준에서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지지통신은 이를 미국과의 소통을 서두르겠다는 뜻으로 풀이하며, 일본 정부가 이달 중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등을 염두에 두고 미일 정상회담 기회를 찾고 있다고 5일 전했다. NHK도 이달 중순 이후 국제회의 등을 계기로 한 회담 조율이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으로서는 회담 시점도 중요하다. 니혼TV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일 정상회담을 먼저 잡아, 미국이 일본과 사전 협의 없이 중국에 양보하지 않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 회담에 동석한 관계자는 "가장 좋은 시점이었고,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안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달 중순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취임 후 처음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해 중국에 대한 인식을 다시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 문제도 일본이 경계하는 대목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자국민 납북과 핵·미사일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서둘러 북한과 직접 거래에 나서면 납치 문제가 협상에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일본을 제쳐두고 거래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일본 측의 우려는 납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란 사태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노리고 정전 상태인 한국전쟁의 종전을 추진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거나 핵·미사일 문제를 후순위로 미루면 일본의 안보 환경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일본의 불안 요인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총리관저의 한 간부는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대미 투자 규모를 늘리거나 목표 달성 시점을 앞당기라는 요구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일단 기존 합의를 지킨다는 방침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최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계속 이행할 방침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가 대통령령에 근거한 만큼, 의회 구도가 바뀌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올리고 내릴 권한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대미 투자를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에 따른 충격을 줄일 '카드'로 보고 있다.
방위비도 변수다. NHK에 따르면 연내 국가안보전략 등 안보 관련 3대 문서 개정을 앞두고 미국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기존 정치 문법을 따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어떤 선택을 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후지TV에 따르면 일본 정부 안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해 올지 몰라 무섭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한 핵심 인사는 NHK에 "일본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