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도 변화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외교는 미 행정부가 주도하는 만큼 북미 정상 간 접촉이 추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예산 결정과 입법권을 쥔 의회가 합의 이행을 제약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북미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협력 등 후속 조치가 의회의 견제에 가로막힐 수 있어 한국 정부의 외교적 대응도 중요해졌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의회의 역할을 예산과 감독으로 규정하면서 “외교 정책 결정의 중심적 역할은 행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의회 권력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지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압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반도 관련 정책도 당장 큰 틀에서는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의석은 확보하지 못해 외교 정책 자체를 뒤집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민주당은 예산 심의·의결권과 청문·조사권, 상원의 인준권, 제재·무역 관련 입법권 등을 활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와 범위를 제한할 수 있게 됐다.
한미 양국 행정부 간 협상에 미 의회 구성 변화가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평화적 원자력 협력협정의 경우 미 행정부가 협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원자력법에 따른 의회 심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통상 연속 회기일 기준 90일의 검토 기간을 거치며, 의회가 공동 불승인 결의안을 법률로 성립시키지 않으면 협정은 발효될 수 있다.
불승인 결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상·하원 각각에서 투표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북미대화와 관련해서는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합의의 실질적인 이행 가능성을 구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정상 간 대화 자체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후반기 외교 성과를 위해 '톱다운' 방식의 대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대북제재 완화는 의회 권한과 맞물려 있어 협상 성과를 내기까지는 높은 문턱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트럼프로서는 외교 분야 성과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확대해 대미 협상이 절실하지 않은 만큼 미국이 상당한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북한이 민주당의 의회 장악을 대화의 불안 요인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민주당의 비핵화·인권 중시 기조와 바이든 행정부 당시의 대북 압박을 부정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입지가 약화된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하더라도 그 이행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론도 제기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북미대화에 대한 손해가 별로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면 북한도 정상 간 만남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상회담 자체가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제재 완화나 경제 협력을 얻어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미국의 선거 결과와 북미 양측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화 의지가 강하고, 북한도 김여정 담화를 통해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을 얘기했다”며 “그런 상황인 만큼 예단하지 않고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한 정상외교와 미 의회를 대상으로 한 의회 외교, 1.5트랙 외교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양 교수는 한미 간 북미대화 추진안을 공유하면서 하원을 중심으로 의회 외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소장도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날 때 제안할 내용의 초안을 중심으로 미국과 이를 공유하고 협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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