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대목은 선거 국면에서 가동된 서울대 고유의 ‘독립 감사 시스템’과 이사회의 최종 후보 낙점 이후 도래할 ‘사후 검증 폭탄’의 충돌에 있다. 선거판의 정치적 역학이나 파장을 의식하지 않고 원칙대로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는 배경에는, 서울대 감사 조직 특유의 제도적 독립성과 인적 구성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 대학 대다수가 인사팀 등에서 감사 업무를 겸임하는 것과 달리, 서울대는 총장실 산하를 벗어난 독립 감사 조직을 두고 있다. 특히 서울대 감사는 관례적으로 감사원 고위직 출신의 노련한 외부 인사가 맡아 총괄하며, 감사 실무팀은 사안의 성격에 맞춰 전문성을 갖춘 내부 직원들로 유연하게 편성된다. 실무진 전체가 감사원 출신은 아니지만 감사원 출신 감사의 직할 지휘 아래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선거철 정치적 고려나 학내 온정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물리적·제도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5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이사회와 총장실로 접수된 특정 제보 의혹은 이미 감사팀의 정식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이사회는 당초 일정을 미뤄 오는 11월 8일 최종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공식 결과 발표의 연기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사회가 최종 1인을 낙점하더라도 감사팀 조사는 중단되지 않고 별도 트랙으로 계속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학내에서 실질적으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이에 따라 이사회가 정해진 일정대로 선출을 강행하되, 그 절충안으로 감사팀의 ‘중간보고’를 공식 청취해 판단 자료로 삼는 방안이 대안으로 부상된다. 8일 최종 투표 전까지 감사팀이 파악한 비위 사실의 경중이나 조사 진행 상황을 중간보고 형태로 이사회에 전달하고, 이사회가 이를 감안해 표결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학내 구성원들이 가장 경계하는 대목은 이사회가 의혹 조사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낙점한 최종 1순위 후보가 제보 의혹을 받는 당사자일 경우다. 만약 이사회의 추천 결정이 내려진 뒤 감사팀 조사 결과에서 심각한 결격 사유나 징계성 비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학교는 추천 철회와 후보자 간 소송전 등 감당하기 어려운 초유의 리더십 붕괴 사태를 맞닥뜨리게 된다.
설령 비위 여부를 떠나 감사가 장기화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정적 파장은 만만치 않다. 서울대 총장 선출은 이사회 의결에 이어 교육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임명 비준이라는 국가적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내부 감사가 제때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내년 2월 차기 총장 임기 시작 전까지 사령탑 공백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
반대로 이사회가 사후 폭풍을 피하고자 감사 결론이 확정되기도 전에 의혹 연루 후보를 인위적으로 배제할 경우, 해당 후보 측의 반발과 절차적 정당성 논란으로 인해 선거 불복 등 또 다른 정무적 갈등이 촉발될 수 있어 이사회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번 사태는 총장추천위원회 산하 총장예비후보자검증소위원회의 ‘사전 검증’이 고위공직자 7대 비리 서류 검토 등 요식에 그쳤다는 비판도 낳고 있다. 뒤늦게 본부 감사팀의 실질적 조사권이 개입하며 학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학내 상황에 밝은 한 서울대 관계자는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대학과 국가의 엄격한 기준이 평교수와 동일하게 적용돼야 총장으로서 최소한의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비록 선거 일정이 지연되고 학내가 어수선해지더라도 이번 기회에 모든 의혹을 철저히 털고 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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