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이 원장 직속 인공지능(AI) 조직을 신설하고 연구와 행정 전반 'AI 전환(AX)'에 나선다. 이공계 인재 유입이 줄고 국내 화학산업이 공급망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축적한 실험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연구역량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화학연은 3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기관 운영 방향을 밝혔다. 지난 5월 취임한 신석민 화학연 원장은 연구뿐 아니라 행정·기획까지 아우르는 AX를 강조했다. 그는 "모든 연구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 행정이나 기획 등 다른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며 "현재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참여 인력과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X의 핵심은 화학연이 축적한 실험데이터다. 연구 노트를 데이터화하고 모든 연구과제의 실험데이터를 표준화해 AI가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소재 등 각 분야에서 특화한 모델을 개발할 방침이다.
화학연은 올해 AI·AX 관련 연구를 17개 과제, 369억원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약 44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한 신약 후보물질 예측 플랫폼을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실험 자동화도 진행중이다. 화학연은 이같은 시도를 다른 연구 분야로 확산하는 한편 구성원들이 직접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AX를 이끌 인재 확보는 과제다. 신 원장은 "AI 전문가를 새로 채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내부 인력이 대학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구자의 위상과 자긍심을 높이는 변화와 함께 인건비 인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연구 체계도 국가 임무 중심으로 재편한다. 기본연구로 기관 역량을 축적하고 여러 분야 대형 전략연구사업으로 국가·산업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향이다. 신 원장은 "포스트 PBS(연구과제중심제도) 핵심은 수탁 과제 감축보다 연구 포트폴리오 재설계에 있다"며 "화학연이 가진 역량을 기반으로 산업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가 기업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신 원장은 이공계 인재 유입과 화학산업에 대한 위기감을 원장직을 맡은 배경으로 꼽았다. 신 원장은 "이공계 인재들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가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을 대표하며 이끌던 화학산업 역시 공급망 문제 등으로 상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화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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