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춘추전국시대] '뼈말라' 열풍에 치료제 오남용 경고등… 규제는 심사만 하세월

  • 마운자로·위고비 DUR 점검 406만건… 임산부 처방도 325건

  •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은 아직 심사 중… 지정돼도 처방 못 막아

출처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살을 더 빼서 마르고 싶어요."

직장인 A씨는 키 165㎝에 체중 56.2㎏. 체질량지수(BMI)는 20.6으로 정상 범위다. 그럼에도 '마운자로 성지'로 입소문이 난 서울 종로의 한 의원을 찾았다. 뼈가 도드라질 만큼 마른 '뼈말라' 체형을 원한다고 했다.
 
마운자로는 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이면서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쓰도록 허가된 약이다. A씨 BMI는 동반 질환이 있을 때 적용되는 최저 처방 기준(27)보다도 6 이상 낮다. A씨에 대한 진료와 처방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상 체중인 사람도 손쉽게 비만약을 손에 넣고 있는 것이다. 
 
◇DUR 점검 406만건… 중복 처방 경고 무시도 7만건

비만약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처방이 빠르게 늘면서 임신부와 어린이에게 처방되거나 비만이 아닌데도 체중 감량을 위해 약을 찾는 사례가 잇따른다. 정부는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약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지만 규제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

28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지난해 8월 국내 출시 이후 올해 8월까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이 264만1523건 이뤄졌다. 2024년 10월 출시된 위고비는 같은 기간까지 142만858건이었다. 두 약을 합하면 406만2381건에 달한다.
 
두 약은 비만 환자에게 쓰도록 허가됐으며 임신 중에는 써서는 안 된다. 아울러 마운자로는 18세 미만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았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심평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출시 이후 올해 7월까지 임신부에게 325건, 만 13세 미만 어린이에게 110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장치인 DUR에도 구멍이 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심평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같은 성분 비만약에 대해 중복 처방 경고가 떴는데도 처방이 그대로 유지된 사례는 2024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7만18건으로 집계됐다. 비만약은 DUR 효능군 중복 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위고비를 맞는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마운자로를 처방받아도 경고조차 뜨지 않는 것이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자료=관세청]
◇'뼈말라'를 추구하는 사람들··· 불법 반입도 급증
 
정식 유통망을 벗어난  불법 반입도 크게 늘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적발된 비만치료제 불법 반입은 5030건으로 지난해 전체(1189건) 대비 4.2배였다. 2024년에는 4건에 그쳤다.
 
식약처는 리라글루티드·세마글루티드·터제파타이드 성분 비만약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기로 하고 지난 6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당초 9월 고시 개정이 목표였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규제합리화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중요규제'로 분류됐고 이르면 30일 본심사가 열릴 전망이다.
 
다만 지정되더라도 처방이 곧바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제품 용기와 포장 등에 '오남용 우려 의약품' 문구를 표시하고 의약분업 예외 지역 약국에서도 처방전 없이 팔 수 없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의사 처방에는 영향이 없다. 국산 비만약 '에페'는 지정 대상에서 빠졌다. 식약처가 지난 6월 지정 대상을 정할 당시 에페는 허가 전이어서 국내 유통이나 처방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박은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의약품 남용을 단순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의약품 사용에 대한 인식과 정보 획득 경로, 구입·처방 접근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용 마약류 처방 전 환자의 과거 투약 내역을 확인하는 제도와 같이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에 대해서도 반복 처방 가능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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