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첫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신약이 시장에 본격 참전하는 가운데 마운자로·위고비 양강 구도 속에 글로벌 빅파마들이 차세대 비만약을 앞세워 국내 임상에 속속 뛰어들면서다. 세계 비만약 시장이 2000억 달러(약 265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 속에 가격 경쟁과 차세대 신약 개발 경쟁이 동시에 달아오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국산 비만 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가 29일부터 일부 의료기관에서 처방된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주도해 온 국내 시장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국산 신약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동안 비만약 시장의 걸림돌로는 '가격'이 꼽혔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최저 용량으로도 한 달 약값이 20만원대에 이른다. 아이큐비아 분석에 따르면 비만약 복용 지속률은 1년 뒤 30% 미만으로 떨어지고 비용 부담이 큰 환자군에서는 10% 이하에 그친다. 에페의 첫 4주 투약분 공급가는 12만9800원으로 최저 용량 기준 약 27만원인 마운자로 대비 절반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에페의 등장으로 그간 비용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거나 중단했던 수요까지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은 '3파전'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빅파마들 역시 먹는 약과 새로운 기전의 차세대 비만약 임상 3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잇따라 승인받으며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릴리는 이달 식약처에서 하루 한 번 먹는 GLP-1 비만약 '오르포글리프론'에 대한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해외 임상 3상에서 당뇨병이 없는 성인이 최고 용량을 72주간 복용한 결과 평균 11.1%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고,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 권고도 받았다. 이어 아밀린 계열 비만약 '엘로라린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도 승인받았다. 아밀린은 췌장에서 분비돼 포만감을 높이는 호르몬으로 GLP-1 계열과 다른 경로로 체중을 줄인다. 기존 비만약의 한계로 꼽히는 근육 감소를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는 GLP-1과 아밀린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제나감티드'에 대한 임상 3상을, 한국로슈는 덴마크 질랜드 파마에서 들여온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에 대한 임상 3상을 식약처에서 승인받았다. 또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8월 승인받은 먹는 GLP-1 비만약 '엘레코글리프론' 임상 3상 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아밀린 계열 'AZD6234'에 대한 국내 임상 3상도 본격화한다.
'에페'를 선보인 한미약품도 후속 비만 신약을 준비 중이다. 체중 25% 이상 감량을 목표로 한 삼중작용제(개발명 HM15275)에대해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임상 2상을 마치고 2030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편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4년 2426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지난해 8195억원으로 1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양강이 약 86%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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