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에 유입된 일본자금, 2024년보다 250% 증가..."공포 과도vs 위기는 시작"

  • 일본 BOJ, 18일 기준금리 인상 결정

일본 기준금리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추이
일본 기준금리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추이

국내 증시가 한 달 넘도록 '6000 박스피'에 묶여 있는 가운데 중대 변수가 곧 닥친다. 미국과 일본의 동반 금리 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6일(현지시간), 일본은행(BOJ)은 18일 각각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두 중앙은행 모두 25bp(1bp=0.01%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금리 인상 이후 국내 증시에 머물러 있던 해외 자금이 어떻게 이동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두 나라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우려도 크다. 글로벌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는 약 1조 달러. 이 가운데 한국 자본시장에 들어온 돈은 1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1년간 코스피 호황 국면에서 급증했다. 이 때문에 2024년 7~8월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 때 대규모 엔캐리 자금이 청산되면서 코스피가 급락했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2024년 '블랙먼데이' 트라우마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BOJ는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1.25%로 조정할 예정이다. 향후 가파른 추가 금리 인상도 점쳐진다. 하야카와 히데오 전 BOJ 이사는 일본이 앞으로 두 차례 금리를 더 인상해 2027년 상반기 1.5%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인상 속도는 일본계 투신 자금뿐 아니라 미국, 유럽, 동남아 등 글로벌펀드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엔화와 캐리 트레이드의 합성어다. 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린 뒤 금리가 높은 국가의 국채나 투자상품으로 옮기면 단순 금리 격차를 이용해 손쉽게 수익을 챙기는 전략이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성립하려면 금리는 낮고 환율은 안정적이어야 한다. 고수익이 보장돼도 엔화가 급등하면 투자자들은 차후에 빌린 엔화를 갚을 때 환차손이 발생해 결과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포지션을 서둘러 정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작된다. 만약 많은 투자자가 비슷한 시점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자산은 급락하고 급락한 가격이 변동성을 키워 레버리지 청산을 더 부추긴다. 이 악순환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때가 2024년 8월이었다. 당시 코스피는 9%, 코스닥은 11%가량 급락했다.   
 
국내 유입 일본 자금 급증세
최근 엔화 가치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7월 미·일 양국 정부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공동 개입하면서 강세로 흐름이 전환됐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엔화 가치는 더 오를 수 있다. 다만 미국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리 인상 이후 엔화 가치 향방이 불분명한 가운데 일각에선 2024년과 같은 엔캐리 청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에 유입된 일본 자금은 최근 급증했다는 점에서다. 유진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엔캐리 자금은 198%, 채권시장 유입 자금은 793%나 급증했다. 

다른 통계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외국인 일본계 자금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42조1530억원으로 지난해 말(24조5560억원) 대비 75% 늘었다. 엔캐리 청산 공포가 덮친 2024년(12조8270억원)과 비교하면 250% 늘어난 규모다. 일본계 자금은 전체 외국계 보유액의 1.9%에 불과하지만 절대 금액이 커졌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더 커졌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한다.
 
엔캐리 청산 전망은 엇갈려
증권가에선 전망이 엇갈린다. 현재로선 2024년과 같은 엔캐리 청산 공포는 과도하다는 시각이 좀 더 우세하다. 이미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 리스크가 시장에 반영됐고, 일본 보유액이 전체 중 2% 미만으로 매우 적은 만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4년과 달리 지금은 BOJ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과 충분히 소통했고, 미국 경제도 AI 투자 사이클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급격한 엔캐리 청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은 일본의 긴축 사이클 신호탄인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월 미·일 외환시장 공조 개입 이후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이 강해진 상황에서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변동성이 커지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촉발해 외환시장이 급격하게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올해는 2024년 8월 같은 대규모 청산 충격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지만 일본계 자금 규모가 커 글로벌 자산 가격이 조정되면 한국 금융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단기 폭락보다 수개월에 걸친 '계단식 청산'을 예측하는 분석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 국면에서 유입된 글로벌 자금이 미국과 한국의 기술주 랠리를 이끌었던 만큼 급격한 엔화 강세는 기술주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원화와 엔화의 동반 강세 분위기 속에서는 수출주보다 정유, 화장품, 필수소비, 은행 등 내수 관련 업종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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