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내년 4월부터 2년간 식품 소비세율을 8%에서 1%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대강을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각의에서 의결했다. 중·저소득층에는 남은 1%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금으로 나눠줘 식품 소비세 부담을 사실상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감세와 지원금 지급에 연간 약 5조엔(약 44조원)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은 연말로 미뤘다.
1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전날 의결한 대강에는 식품 소비세 인하와 소득에 따라 지급액을 달리하는 지원금 제도가 담겼다. 대강은 중요한 정책의 개요를 담은 정부 문서다. 정부는 2027년 4월부터 2029년 3월까지 식품 소비세율을 1%로 낮추고, 같은 기간 세율 1%에 해당하는 연간 약 6000억엔(약 5조2900억원)의 금액을 중·저소득층에 지원금으로 지급한다. 세율 인하는 식품을 사는 모든 소비자에게 적용되지만, 지원금은 중·저소득층만 받는다. 지원금은 식품을 얼마나 샀는지와 관계없이 지급돼, 각자가 낸 소비세를 그대로 돌려받는 방식은 아니다.
정부는 2027~2028회계연도에는 소비세 인하와 지원금 지급을 병행하고, 2029년 4월부터는 세율을 8%로 되돌리는 대신 지원금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강은 소비세 인하를 새 지원금 제도가 본격 시행될 때까지의 임시 조치로 규정했다. 지원금은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이 큰 중·저소득 근로자의 실수령액을 늘리고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부양 자녀가 있으면 지급액을 더하지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과 액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감세가 실현되면 1989년 소비세 도입 이후 첫 세율 인하가 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요미우리는 감세와 해당 기간 지급할 지원금에 연간 약 5조엔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적자 국채에 의존하지 않고 보조금과 특정 분야의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특별조치 등을 손질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연말까지 진행되는 2027회계연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회계연도 말인 2027년 3월 말까지 적용 기한이 끝나는 조세특별조치 약 120개 항목 가운데 각 부처가 폐지 의견을 낸 것은 3건에 그쳤다. 각 부처는 예산 요구 단계에서 보조금의 대폭 삭감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요미우리는 정부가 연말까지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장기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장기금리의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다카이치 정권 출범 전 1.6% 안팎에서 현재 3% 전후로 올랐다. 도케 에이지 SBI증권 수석 채권전략가는 정권 출범 이후 장기금리가 오른 약 1.4%포인트 가운데 최소 0.5~0.6%포인트를 소비세 감세 등 재정 악화 우려에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정부는 시장 금리를 기준으로 국채 이자 예산을 잡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국채 이자 부담도 불어난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2027회계연도에 국채 이자로 지출할 금액은 현재 16조5888억엔으로 추산되며 2026회계연도 당초 예산보다 약 3조5000억엔 늘어날 전망이다. 이자에 쓰는 돈이 늘어나는 만큼 다른 정책에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재원 확보 가능성을 놓고 전문가 의견도 갈린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도이 다케로 게이오대 교수는 조세특별조치와 보조금을 손질하는 것만으로는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 결국 늘어날 세수에 기대게 될까 우려했다. 반면 가타오카 고시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물가 상승과 경제성장으로 세수가 확실히 늘어나는 만큼 여기에 세외수입을 더하면 연간 5조엔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법안 통과도 과제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여당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참의원 의석은 과반(124석)에 4석 못 미쳐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법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힌 야당은 없다. 정부·여당은 참의원에서 21석을 가진 공명당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어느 소득계층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감세가 끝나는 2029년 4월 식품 소비세율을 1%에서 8%로 되돌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아사히에 따르면 정부는 세율 인상으로 늘어나는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감세 기간에 지원금을 받던 사람들에게는 2029년 지원금의 반년분을 원래 지급 시기인 가을보다 앞선 4월에 지급할 방침이다. 대강에는 경기가 나쁘면 세율 인상을 미룰 수 있도록 하는 '경기조항'도 담기지 않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내가 책임지고 확실히 세율을 되돌리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사히는 아베 정권이 경기조항을 삭제하고도 소비세율을 10%로 올리는 시기를 다시 미룬 전례를 짚었다. 이번에는 식품 소비세율을 1%에서 8%로 한 번에 7%포인트나 올려야 하는 만큼 2028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세율 복원 여부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도케 전략가는 요미우리에 세율을 8%로 되돌리지 못한 채 지원금 제도까지 본격 시행하게 되면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이 내려갈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외식업계는 감세로 손님이 줄어들까 우려한다. 같은 가게 음식이라도 포장해 가면 세율이 1%로 내려가지만 매장에서 먹으면 10%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9년 식품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했을 때도 외식업계 손님 수가 한때 5%가량 줄었다. 대강에는 외식업체의 포장 판매 확대 등 사업 다각화 지원책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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