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업무 보조 도구로 '함께(증강)' 쓰는 직군은 고용이 꾸준한 반면, AI에 업무를 '통째로(자동화)' 맡기는 직군은 신입 채용이 실제로 줄어들고 있다는 실측 데이터가 나왔다. 그동안 자동화-증강 구분은 주로 설문이나 이론적 프레임워크 수준에 머물러 있었는데, 실제 급여 데이터로 이 구분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까지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6일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가 미국 급여관리업체 ADP리서치와 함께 공개한 '카나리아 대시보드'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 종사하는 22~25세 초급 근로자의 고용은 연 3.8% 감소하고 있는 반면, AI 노출도가 낮은 동일 연령대 직군의 고용은 오히려 연 2% 증가했다.
이 격차는 2024년 4월 연 2.8%에서 현재 연 4%대로 계속 벌어지고 있으며, 매달 약 0.5%포인트씩 확대되는 흐름이 4년 가까이 꺾이지 않고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무엇이 원인이든, 이 흐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즉 AI를 업무 보조·협업 도구로 쓰는 조직은 신입 채용에 별다른 타격이 없는 반면, AI에 업무를 완결형으로 위임하는 조직일수록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은 AI를 어떻게 쓰느냐(사용 방식)가 실제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실증 결과는 자동화-증강을 구분하는 학계의 이론적 틀과도 맞닿아 있다. 브린욜프슨 교수가 참여한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앞서 미 노동부의 O NET 직업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844개 업무, 104개 직업에 걸쳐 AI의 자동화·증강 잠재력을 감사하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바 있다.
자동화 잠재력이 높은 업무는 AI 도입 시 대체 위험이 크지만, 증강 잠재력이 높은 업무는 AI가 단순·반복 요소만 대신하고 근로자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여지가 남는다는 것이 이 틀의 핵심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한국은 빠르게 AI를 자동화 대신 증강으로 전환하고 있는 국가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초 앤스로픽 경제지표를 활용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AI 자동화 사용 비율은 지난해 8월 44.5%에서 올해 38.8%로 5.7%포인트 하락했다. 반대로 증강 비율은 55.5%에서 61.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본(43.3%→38.6%), 대만(46.6%→40.9%), 싱가포르(45.3%→39.6%)에서도 자동화 비율이 일제히 낮아졌는데, 그중 한국의 하락 폭이 4개국 중 가장 컸다.
국가 간 비교에서도 이런 흐름은 일관되게 나타난다. 앤스로픽이 지난해 발표한 경제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수준과 AI 도입률이 낮은 국가일수록 업무를 통째로 위임하는 자동화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소득 수준과 도입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학습·반복 중심의 증강 방식을 쓰는 비중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별 업무 구성 차이를 통제한 뒤에도 인구당 AI 사용률이 1% 늘어날 때마다 자동화 비중은 약 3% 줄어드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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