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베트남 현지 채용업계 등에 따르면 베트남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발판 역할을 해온 중간 숙련 직무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무·행정, 서비스, 영업, 제조, 일부 기술직처럼 신입이 처음 맡기 쉬웠던 업무가 감소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채용 단계에서 곧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호찌민시에 사는 20대 A씨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마케팅을 전공한 A씨는 지난해 졸업 뒤 마케팅 보조, 고객서비스, 비즈니스 분석 보조 직무를 찾았지만 대부분의 공고가 경험과 숙련도를 요구했다. 결국 그는 부동산 영업직을 선택했고 기본급 월 500만 동(약 26만4100원)에 수수료를 받지만 사회보험은 적용받지 못했다. 지난 1년간 월평균 소득은 1000만 동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A씨는 “전공 분야에서 성장하고 싶은데 시작할 만한 일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26 세계 청년 고용 동향’ 보고서도 청년의 디딤돌 역할을 했던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15~29세 청년 일자리의 6.1%가 AI 관련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에 속한다고 추산했다. 사무·행정 직무는 줄고 과학, 의료, 엔지니어링처럼 기술과 지식 수준이 높은 분야의 수요는 늘고 있다.
사라지는 ‘첫 직장’…AI가 맡기 시작한 신입 업무
기업 현장에서도 인력 수요 변화는 뚜렷하다. 베트남 취업 커뮤니티 잡 부이의 떤 레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과거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20~30명을 필요로 했지만 현재는 10~15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핵심 인력은 10명을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원은 절반가량 줄어도 효율은 같거나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서비스 부문이 대표적이다. 잡부이는 하루 약 1000건의 메시지를 받지만 문의 대부분을 AI 챗봇이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부서는 2명 이하로 운영되며 품질 관리와 복잡한 상황 대응에 집중한다. 이 부문의 인력 수요는 약 70% 줄었다.
다만 청년 채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맨파워베트남 조사에서 기업의 57%는 지난 1년간 청년 채용을 늘렸고 22%는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수요는 엔지니어링, AI 모델 개발, IT·데이터, 마케팅 분야에 집중됐다. 로안 이사는 “문제는 기업이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청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댓글도 갈린 해법…“조기 진로교육”과 “새 경력 사다리” 요구
청년 취업난을 둘러싼 베트남 독자 반응도 엇갈렸다. 한 댓글 작성자는 “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베트남도 세계 흐름에 맞춰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가 노동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단계가 되고 대학은 더 전문적인 업무를 준비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독자는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진짜 일자리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며 “90년대생인 나도 어려운데 너희는 말할 것도 없다”고 적었다. 또 다른 댓글은 AI 시대에는 더 이른 진로지도가 필요하다며 “평범하게 공부해 대중적인 대학에 들어가려 한다면 졸업 뒤 700만동 월급의 영업직을 하게 될 뿐”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AI 활용 능력과 현장 경험을 새 진입 조건으로 꼽는다. 실습형 교육·훈련을 하는 시타레스의 응우옌 아인 티 총괄이사는 청년에게 전공 지식뿐 아니라 AI 사용 능력과 자기학습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학교의 ‘확장 교실’ 역할을 해 학생들이 재학 중부터 장비, 기술, 실제 업무 상황을 접해야 한다고 봤다.
인턴십도 단순한 졸업 요건이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와 실무 도구를 배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탄 레 최고경영자는 1~2년 경력이 꼭 정규직 근무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졸업생도 인턴십, 개인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도 채용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1~2년 경력을 경직적으로 요구하기보다 후보자에게 필요한 기술을 명확히 설명해야 청년에게 기회가 생기고 시장도 인적 자원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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