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없어서 못 팔았는데"...베트남서 빛 잃은 현대차·기아 인기 모델

  • 2022년 2만2645대 팔린 액센트, 2025년 7088대로 급감

  • 크레타·투싼·셀토스는 경쟁 차종 급증에 성장세 둔화

사진현대 탄꽁 베트남HTV
[사진=현대 베트남(HYUNDAI THANH CONG COMMERCIAL VEHICLE)]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한때 강세를 보였던 현대차와 기아의 주요 모델들이 판매 부진에 직면했다. 세단과 소형차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한국차의 입지는 소비자 선호 변화, 경쟁 브랜드 확대, 전동화 흐름이 겹치면서 이전과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24일(현지 시각) 현지 매체 베트남넷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베트남에서 디자인, 풍부한 편의사양, 경쟁력 있는 가격을 앞세워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 일부 주력 모델의 판매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액센트, 싼타페, 그랜드 i10, 기아 K3 등 과거 판매를 이끌던 차종은 2022년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부진은 베트남 판매 자료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2년 현대 액센트는 2만2645대가 팔리며 세단 부문 선두권에 올랐고 시장 전체에서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같은 해 크레타는 1만2096대, 싼타페는 1만603대, 투싼은 8438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이후 판매 흐름은 빠르게 바뀌었다. 액센트는 2025년 7088대 판매에 그치며 2022년 대비 약 70%나 급감했다. 싼타페도 같은 기간 1만600대 이상에서 2600여대로 떨어져 약 75% 감소했다. 그랜드 i10 역시 2025년 판매량이 3358대 수준에 머물며 3년 전의 3분의 1가량으로 축소됐다.

올해 들어서도 과거 주력 모델의 회복세는 제한적이다. 2026년 1~7월 액센트는 2290대, 그랜드 i10은 1381대, 싼타페는 1179대 판매됐다. 현재 판매 기조가 이어질 경우 이들 차종은 다시 한 번 어려운 판매 성적을 받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SUV와 크로스오버 계열의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이다. 2026년 1~7월 현대 크레타는 5391대, 투싼은 5105대가 판매됐다. 베트남 소비자의 관심이 10억동(약 5280만원) 이하 가격대의 소형 SUV와 크로스오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아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K3는 2022년 1만1404대가 팔리며 세단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였지만 이듬해 판매량은 3205대로 급감했다. 2026년에는 K3의 판매량이 별도 공개되지 않고 모닝, 솔루토와 함께 묶여 집계됐으며 1~7월 세 모델의 합산 판매량은 931대에 그쳤다.

셀토스는 기아 라인업에서 여전히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2022년 1만2398대에서 2025년에는 6577대로 역시 판매량이 줄었다. 2026년 1~7월 판매량은 5271대로 집계됐다. 판매 규모는 유지되고 있지만 과거 출시 초기의 폭발적인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

기아 K3의 하락은 세단 시장 전체의 침체와 맞물려 있다. 이 흐름 속에서 K3뿐 아니라 마쓰다3, 혼다 시빅, 현대 엘란트라, 토요타 코롤라 알티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셀토스 역시 20개가 넘는 모델이 경쟁하는 소형 SUV·크로스오버 시장에서 이전만큼 쉽게 판매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시장 환경 변화


한국차의 경쟁력 약화는 시장 환경 변화와도 연결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그동안 젊은 감각의 디자인, 큰 디스플레이, 선루프, 전동 시트, 360도 카메라 등 다양한 사양을 앞세워 일본차와 차별화했다. 실용성 중심으로 평가받던 일본차와 달리 한국차는 더 화려하고 편의성이 높은 선택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는 크게 달라졌다. 토요타는 상품성을 꾸준히 높이고 SUV 라인업을 넓혔으며 연료 효율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혼다, 미쓰비시, 마쓰다, 스바루, 스즈키, 닛산 등 다른 브랜드도 디자인과 기술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여기에 포드는 레인저, 에베레스트, 테리토리로 SUV·픽업 계열에서 강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 브랜드와 중국 브랜드의 진출도 확대됐다. 빈패스트를 앞세운 전기차 성장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 선택지는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다.

소비자 기준도 바뀌었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이제 디자인과 옵션뿐 아니라 연비, 중고차 가치, 내구성, 유지비, 전동화 흐름까지 함께 따지고 있다. 이 변화는 현대차와 기아가 과거의 성공 방정식만으로 판매량을 유지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SUV와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는 싼타페 하이브리드, 투싼 하이브리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를 제품군에 추가했고 기아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쏘렌토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대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세단 중심의 과거 인기 모델은 힘을 잃고 있지만 SUV와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시장 흐름에 맞춰 자리를 잡을 경우 두 브랜드는 다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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