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의 현실중국] 왕이, 남북을 '두 국가'로 불렀다…시 방북 두 달 만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9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9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국과 북한, 두 국가가 평화공존으로 나아가는 것을 환영한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9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이 발언은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공보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과 북한을 '두 국가(兩個國家)'라고 표현한 점이다. 중국 외교 수장이 공식적으로 남북한을 지칭하면서 '두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 외교의 표현은 달랐다. 중국은 남북한을 지칭할 때 '남북쌍방(南北雙方)' 혹은 관련 당사자(有關當事方) 등으로 표현했다.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났을 때도 왕이 부장은 '한반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해 3월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그는 '각 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쌍방', '각 방'이라는 표현은 남북이 각각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과거 상황을 반영한다. 반면 '두 국가'는 남북이 현실적으로 개별 국가라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주장을 연상시키는 표현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미 2023년 말부터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를 부정하고 한국을 별개의 국가로 규정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고 볼 수는 없다. 왕이 부장의 발언은 '두 국가의 평화 공존'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용어 일부를 중국 외교의 언어가 받아들였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이번 '두 국가' 발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한 지 두 달만에 나왔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8~9일 평양을 국빈 방문했다. 2019년 이후 7년 만의 방북이었다. 시진핑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북중 관계의 전략적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북한의 핵보유 및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매체는 당시 정상회담을 두고 북중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 섰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두 국가' 발언이 나온 셈이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 APEC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 추진설이 나오는 상황이며, 이 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가 주목받는 시점이다. 시 주석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데 이어, 왕이 부장이 '두 국가'라는 표현까지 공식화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우선순위가 '북한 비핵화'에서 '두 국가의 평화적 공존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왕이 부장이나 중국 외교부가 남북 관계를 언급할 때 '두 국가'라는 표현을 다시 쓰는지, 그리고 그때도 비핵화라는 단어가 함께 등장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