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 숏드 무법지대] 정부 관리망 밖 중국 숏드라마…한국 안방서 몸집 키운다

  • 드라마박스 등 11개 중국계 숏드라마 플랫폼 '부가통신사업자 아냐'

  • 해외법인 직접 앱으로 서비스…정부 "현행법 위반 아냐"

  • 신고 대상 제외 시 이용자 보호 등 정부 파악·관리 어려워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중국계 숏폼 드라마 플랫폼들이 부가통신사업자 신고·관리 체계 밖에 놓인 채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정성과 폭력성이 짙은 이른바 '막장' 콘텐츠를 한국어 자막으로 서비스하면서도 정작 국내 매출이나 이용자 규모조차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6일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드라마박스, 릴숏, 탑숏 등 중국계 숏드라마 플랫폼 11개의 부가통신사업 신고 여부를 확인한 결과 신고 내역이 전혀 없었다. 다만 이는 현행법 위반은 아니다.

국내 법인이나 영업소 없이 해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법인은 '국경 간 서비스 공급자'로 분류돼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신고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은 국내 법인을 신고 주체로 두고 관리 체계에 편입된 반면 중국계 숏드라마 플랫폼은 국내 사업장 없이 앱으로 직접 서비스해 같은 해외 영상플랫폼이라도 진출 방식에 따라 정부 관리 편입 여부가 갈리는 셈이다.


문제는 신고 대상에서 빠진 이들 플랫폼의 콘텐츠 수위다. 심의기준이 들쭉날쭉한 데다 15세 이상 대상 콘텐츠를 로그인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우려가 제기되지만 정부로서는 이를 관리·감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법인 없이 국경 간 공급 형태로 서비스하면 국내법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며 "부가통신 실태조사로 파악되지 않으면 매출 규모조차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도 직전 연도 일평균 이용자 100만명 이상, 국내 트래픽 비중 1% 이상인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데 애초 규모 파악이 안 되니 이 기준 충족 여부조차 불분명하다. 이 위원은 "정부가 자료 제출이나 피해 구제를 요구해도 국내에 행정적 접점이 없어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관리 사각지대 속에서 중국계 숏드라마는 이용 시간과 이용자 수 모두 가파르게 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쇼트맥스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332분으로, 티빙(376분) 대비 88%, 웨이브(464분) 대비 72% 수준까지 따라붙었다. 드라마박스(260분)와 릴숏(201분)도 쿠팡플레이(71분)를 크게 앞섰다.

드라마박스·릴숏·쇼트맥스 등 3사 평균 사용시간은 올해 1월 248분에서 6월 264분으로 늘어난 반면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 국내 OTT 3사 평균은 같은 기간 328분에서 304분으로 줄어 격차가 80분에서 40분으로 절반 가까이 좁혀졌다. 월간활성사용자수(MAU)도 릴숏이 1월 6만4529명에서 7월 38만9160명으로 6개월 만에 6배 가까이(503%) 늘었고, 드라마박스는 91만9761명으로 100만명에 근접했다.

이 같은 성장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숏드라마 앱 다운로드는 8억5000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 늘었고, 결제 매출도 약 7억5000만 달러로 20% 증가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는 숏폼 이용률이 청소년 95%, 성인 94.8%에 달해 2023년보다 각각 10%포인트, 17.3%포인트 뛰었다. 여기에 의붓형제 간 로맨스, 전 남자친구 아버지와의 불륜 등을 다룬 자극적 소재가 릴숏 인기 순위 상위권을 채우며 이용자를 붙잡아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가 20·30대의 반복 시청을 유도하고 있다"며 "중국계 사업자가 콘텐츠 확보부터 플랫폼 운영, 이용자 데이터 축적, 광고·인앱결제까지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한국은 콘텐츠 소비시장은 물론 플랫폼 주도권까지 해외 사업자에게 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관리망 밖에서 몸집을 키우는 중국계 숏드라마가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던지는 숙제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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