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식습관 변화로 흰우유 소비 절벽이 심화하는 가운데 내년부터 적용할 음용유 감산 규모를 결정짓기 위한 낙농가와 유업계 간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양측 모두 감산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감축 물량을 결정할 기준 물량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이달 말 협상 시한을 앞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생산자와 유업계 등이 참여하는 소위원회는 2027~2028년 적용할 용도별 원유 물량 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시작된 협상은 당초 7월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시한이 이달 말까지 연장됐다.
협상의 핵심은 음용유 물량을 얼마나 줄일지다.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라 원유는 마시는 우유 등에 사용되는 음용유와 치즈·분유 등으로 가공되는 가공유로 나뉜다. 현재 음용유 기준 물량은 연간 194만1000t이다. 유업계와 낙농가는 음용유 물량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으나, 감축 규모를 계산하는 '출발선'에서 입장차를 보인다.
유업계는 현행 기준 물량인 194만1000t에서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낙농가는 지난해 유업체들이 실제 구매한 약 189만t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도상 물량과 실제 구매량 사이에 약 5만t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양측이 논의 중인 감축률을 적용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생산 구조상 불가피하게 생산되는 물량(179만7000t)을 제외한 과잉물량에 과잉 1구간 감축률(10~30%)을 적용할 경우 유업계가 주장하는 기준으로는 약 1만4400~4만3200t을 줄여야 한다. 낙농가가 제시한 기준으로는 감축 규모가 약 9300~2만7900t으로 낮아진다. 감축률에 따라 양측이 주장하는 물량 차이는 최대 1만5300t까지 벌어진다.
감산 논의가 불가피해진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흰우유 소비 감소가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kg으로 전년 25.3kg보다 2.4kg 감소했다. 2016년 27kg과 비교하면 10년 새 4.1kg 줄었다. 저출생으로 우유의 주요 소비층인 영유아와 학령인구가 감소한 데다 식습관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흰우유 시장의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유업계는 실제 소비량이 줄어든 만큼 음용유 의무 구매 물량도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요를 넘어서는 원유를 매입하면 남는 물량을 분유 등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손실과 재고 부담이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수입 멸균유와 유제품의 국내 시장 공략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낙농가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실제 구매량이 제도상 기준 물량보다 약 5만t 적은 상황에서 194만1000t을 기준으로 추가 감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음용유 원유 가격은 ℓ당 1084원으로 가공유(882원)보다 높다. 음용유 쿼터가 크게 줄어들수록 농가가 받는 원유 대금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낙농가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감산은 국내 원유 생산 기반을 더욱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전 협상에서도 음용유 물량은 한 차례 줄었다. 2024년 협상에서 2025~2026년 적용 음용유 물량을 195만t에서 194만1000t으로 9000t 감축했다. 대신 가공유 물량은 10만t에서 10만9000t으로 9000t 늘렸다.
이번에는 흰우유 소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추가 감축 필요성이 이전보다 커졌지만 감축 기준을 둘러싼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소위원회에서 합의안을 마련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새로운 물량이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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