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사우디 리야드에 번지는 중국 물결…'비전 2030' 올라탄 中기업"

  • 일대일로-비전 2030 연계 전략

  • 과거 건설,플랜드 일변도 벗어나

  • 화웨이·비야디·알리 등 앞세워

  • 스마트폰·전기차·AI 등 협력 확대

  • 中 '시장 다변화'-사우디 '실용외교'

사우디 리야드의 화웨이 세계 최대 플래그십 매장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사우디 리야드의 화웨이 세계 최대 플래그십 매장 전경. [사진=배인선 특파원]


#지난달 찾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국제공항 인근의 대형 아울렛 쇼핑몰.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화웨이 매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2022년 2월 문을 연 이곳은 중국 본토를 제외한 화웨이의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농구장 5개 크기에 육박하는 매장에는 최신 스마트폰을 체험하려는 현지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매장 옆에는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Honor) 매장도 자리 잡고 있다. 아너는 지난해 사우디에서만 약 200만대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리야드 북서쪽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디리야(Diriyah) 역사 지구' 재개발 현장도 비슷한 풍경이다. 타워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대형 건설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서는 사우디 '비전 2030'에 따른 문화관광 핵심 프로젝트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의 미래 랜드마크가 될 오페라하우스 건설 계약을 따낸 기업은 중국항만공사(CHEC)다. 수주액만 15억3000만 달러(약 2조2725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 중국철도건설공사(CRCC), 중국국가건설공사(CSCEC) 등 중국 국유 건설사들도 잇따라 디리야 인프라 사업을 수주했다.
사진배인선 기자
'디리야(Diriyah) 역사 지구' 재개발 현장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갤럭시 천하' 사우디 시장 공략하는 中 스마트폰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경제 다각화와 기술 강국 도약을 추진하겠다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전략에 맞춰 중국 기업들이 현지 시장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창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비전 2030'과 연계하면서 협력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과거 건설·플랜트 중심에서 에너지·전기차·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등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는 것.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후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중동을 장기적인 전략 시장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은 빠르게 커지는 중이다. '갤럭시 천하'로 불리던 중동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동 스마트폰 시장(터키 제외)에서 아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8% 급증했고, 트랜션(47%), 샤오미(35%) 등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삼성을 바짝 뒤쫓고 있다.
사우디 리야드 화웨이 매장에서 사우디 현지 소비자가 최신 폰을 직접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사우디 리야드 화웨이 매장에서 사우디 현지 소비자가 최신 폰을 직접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탈석유 선언에...한국·일본車 틈새 노리는 中전기차
아주경제DB
사우디아라비아 전기차 판매비중 전망 [자료=PwC]


사우디의 탈석유 전략에 맞춰 전기차도 새로운 협력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자동차 보유 대수만 약 2000만대에 달한다. 이 와중에 한국과 일본 브랜드가 장악한 시장의 틈새를 중국 전기차 기업이 파고들고 있다.

기자가 찾은 리야드의 한 대형 마트 체인 매장에서는 중동 최대 절기인 라마단을 앞두고 중국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 차량을 경품으로 내건 판촉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2024년 사우디에 진출한 비야디의 연간 현지 판매량은 5000대로 미미하지만, 올해 말까지 현지에 10개 쇼룸을 열고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우디 정부가 전기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30% 달성과 연간 30만대 생산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 사우디 전기차 판매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성장 잠재력은 크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사우디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30년 31%, 2035년에는 6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관세 장벽에 부딪힌 중국 전기차 기업들에게 중동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는 이유다.
신도시·AI 사업···알리바바·화웨이 등 中 빅테크와 협력


AI는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의 대규모 투자 정책에 힘입어 리야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8대 AI 도시 중 하나로 평가된다. PwC는 2030년까지 AI가 중동 지역에서 창출할 경제적 가치가 3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중 사우디가 1352억 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야드의 핵심 프로젝트인 킹압둘라금융지구(KAFD)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동 최대 금융 허브를 목표로 조성되는 이곳에는 골드만삭스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기업 빌딩 사이로 알리바바 클라우드 간판이 눈에 띈다. 알리바바는 이곳에서 사우디텔레콤(STC)과 협력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현지 기업에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우디 통신망 상당 부분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 장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 AI 모델 딥시크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가 담맘 본사 데이터센터에서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사우디 리야드
사우디 리야드 킹압둘라금융지구(KAFD)에 위치한 알리바바 클라우드 빌딩. [사진=배인선 기자]

미국의 기술 규제와 관세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고, 미국의 전통적 에너지 안보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실용 외교'를 내세우며 중국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 주석이 2022년 12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7개월 만에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택한 것도 상징적이다.

사우디중국계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사우디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 회원사는 약 70여 곳이다. 사우디·중국 비즈니스 협의회는 지난해에만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한 중국 기업이 5000곳을 넘었다고 밝혔다. 중국은 현재 사우디의 최대 무역파트너로, 지난해 양국간 교역액은 2년 연속 1000억 달러를 돌파해 지난해 중국과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사우디·UAE·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교역액의 약 35%를 차지했다. 2024년 중국의 사우디에 대한 투자액은 82억 달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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