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이 추진한 정당 현수막 철거...중앙 입법 방향 제시한 사례로 남아

  • 정당 현수막 특례 삭제…지방조례 논란 2년 만에 법 개정 착수

사진인천시
[사진=인천시]

정당 현수막에 대한 특별 규정을 삭제하고 혐오·편견·증오 조장 문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2022년 정당 현수막 규제 완화 이후 전국 곳곳에서 제기된 혐오 표현, 도시 미관 훼손, 보행 안전 문제 등을 계기로 마련됐다. 특히 인천시를 비롯한 지방정부가 2023년부터 정당 현수막 규제 조례를 추진하며 문제를 공론화한 지 2년 만에 중앙 입법이 뒤따른 것.

행안위 법안심사소위가 의결한 개정안에는 정당 현수막을 다른 현수막과 달리 허가·신고 없이 읍·면·동별 2개까지 게시할 수 있도록 한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제8항(정당 현수막 특례)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신 국적·종교·출신 지역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증오를 조장하는 내용, 혐오·차별 표현이 포함된 정당 현수막은 게시를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지난 2023년 2월 유정복 인천시장은 정당 현수막이 “정치공해”라는 입장을 보이며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과 상관없이 인천만의 단속 조례를 만드는 등 안전사고 및 시민 피로감과 불편함을 가중하는 정당현수막 제거 기반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본격 단속에 나서 전국적으로 처음 시행하는 인천시의 행동에 많은 시민이 호응했다.
 

특히 상위법 핑계를 대며 행정안전부가 인천시 조례안에 법정 소송까지 불사한 사실을 아는 시민들은 유 시장의 뚝심 있는 단속 추진에 큰 박수를 보냈다. (2023년 7월 12일 자 아주경제 [강대웅의 정문일침(頂門一鍼)] 보도)
 
이후 인천시는 2023년 4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정당 현수막 규제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조례안은 △정당 현수막의 지정게시대 게시 의무화 △국회의원 선거구별 게시대 4개 이내로 개수 제한 △혐오·비방·선동적 표현 금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인천시는 시민 민원 증가와 보행 안전사고 발생, 특정 정당의 공격적 문구 난립 등을 조례 추진 배경으로 제시했다.

조례는 2023년 5월 인천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됐고, 인천시는 같은 해 9월부터 정당 현수막 철거에 나섰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같은 해 6월, "정당 현수막은 상위법이 예외적 지위를 부여한 영역으로 지자체가 별도의 규제를 둘 수 없다"며 재의를 요구한 뒤 인천시의회를 상대로 조례 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24년 7월, 인천시를 비롯해 정당 현수막 규제를 강화한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 어긋난다며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인천 조례는 효력을 잃었고, 지방정부의 규제 시도는 법적 한계에 가로막혔다.

그럼에도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부산·울산·광주 등 8개 시도가 잇따라 정당 현수막 규제 강화 조례를 추진하면서, 정당 현수막 문제는 전국적인 정책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후 국회는 2023년 12월 옥외광고물법을 한 차례 개정해 정당 현수막 게시 수(읍·면·동별 2개, 면적 100㎢ 이상은 3개)를 제한하고, 보행자·교통 안전을 저해하는 장소 게시를 금지했으며 15일의 표시기간이 지나면 자진 철거 의무를 부여하는 등 ‘형식·수량’ 규제는 강화했다. 다만 당시에는 혐오 표현 등 ‘내용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정당 현수막에 대한 예외 규정은 삭제되고 규제 권한은 다시 지방정부 조례 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지정게시대 중심의 게시 방식 전환, 개수 제한 강화, 지역 실정에 맞는 혐오 표현 금지 기준 설정 등 보다 구체적인 규제 기준을 조례로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23년 인천시의 조례 실험은 법원에서는 위법 판단을 받았지만, 정당 현수막을 둘러싼 현장의 문제를 유정복 인천시장이 먼저 포착해 중앙 입법의 방향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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