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항 지진피해 정책 세미나'에서 포항 지진피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패널 토론에서는 신은주 한동대 법학부 교수, 김은주 경상북도 포항시의회 의원, 공대호 법무법인 경국 변호사, 김부조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 하동호 건국대 사회환경학부 교수 겸 한국지진공학회장이 참석했다.
토론자들은 포항 지진피해 책임 관련 피해자 구제와 정부에 대한 사회적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7년 11월 경북 포항시 북구 북서쪽 일대에서 규모 5.4의 본진과 2018년 2월 규모 4.6의 여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총 818가구 약 2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총 845억74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대호 변호사는 "보통 환경 소송이나 의료 소송은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증명 책임을 완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포항 사건 역시 전문가들의 보고서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등 객관적인 증빙 자료가 충분히 갖춰줬음에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며 "법원은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이나 원고가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증명의 정도를 최대한 완화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에서 말하는 인과관계 증명 책임을 과연 딱딱한 잣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향후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포항 지진 사태와 유사한 리스크에 있어 법원의 판단, 정부의 태도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도 국민의 시각으로 사후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부조 변호사 역시 "포항 지진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가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해당 사업을 관리 감독한 공무원들이 손해 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명확한 주의 의무 위반은 입증되지 않는다고 봤다"며 "이는 곧 공무원들의 주의 의무 범위는 좁게 해석하고 과실 입증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처럼 국가 대 국민 소송에서 고의 또는 과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 책임을 적용하는 것은 국민들의 법 감정과 정의 실현의 기대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이는 곧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은주 교수는 "민사 소송은 형사 소송보다 입증이 낮은데, 마치 이번 포항 사태 사건이 형사 소송인 것처럼 입증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 유감"이라며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사실관계에 대해 법규를 적용할 때 있는 그대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 사안에 따라서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진 등 재난 관련 기술직 공무원들의 인력 부족과 전문 지식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하동호 회장은 "내진 설계 업무 현장 기술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며 "아직까지 내진 관련 지진 방제 대책 관련 기술이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관련 기술이나 실무 기술자들이 익히는 정보들은 학부과정에 불가능하고 대학원에서만 가능하다"며 "그러한 기술 인력의 수요와 대우를 사회와 국가에서 제공해야 하는데, 현재 국가·사회·기업 아무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채근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포항 지진 사건을 아픔이 아닌 긍정적인 측면에서 문화관광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은주 의원은 "지진 관련 배상 문제는 단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실제로 뉴질랜드나 일본, 대만 등에서는 지진 이후에 문화적으로 잘 활용해서 문화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며 "뉴질랜드에는 지진 박물관이나 지진 방지 센터, 안전체험관 등을 운영해 시민들의 아픔을 긍정적인 측면의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항 시민들의 아픔이 크지만 이것을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실제 지진 방지 사업과에서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용역 중"이라며 "현재 시민들의 이야기나 자료, 사진 등 데이터베이스를 모으는 작업들을 하고 있고, 포항시가 지진 사태를 잊지 않고 가시적으로 확장시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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