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무역합의 이행을 놓고 새 파열음을 내면서 양국 간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주 이견 조율을 위해 전화 통화할 수 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다만 전화 통화가 실제로 성사될지 확실치 않은 데다 강력한 협상 무기인 '희토류'를 쥐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갈등이 쉽게 진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두 정상(트럼프와 시진핑)이 이번 주 대화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확인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날짜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간 전화통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올해 1월 17일이 마지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구체적인 시점과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시 주석과 통화했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중국 측은 1월17일 통화 사실만 공식 확인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시 주석과 직접 대화하길 희망해왔지만, 시 주석은 이를 꺼리며 실무진 간 협상을 우선시 해왔다.
양 정상이 통화를 갖는다고 해도 양측 간 파열을 봉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서로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각각 115%포인트씩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제네바 합의’를 도출한 지 불과 20여일만에 양측 모두 상대방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국이 제네바에서 체결된 미중 무역 합의를 전면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중국이 합의와 달리 핵심 광물과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해제하지 않은 점이 핵심 쟁점이라고 외신들은 짚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수출 통제에 나섰던 희토류 자석 등에 대한 수출 허가 시스템을 마련했으나, 수출 통제 조치 자체는 유예하거나 철회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통제 가이드라인 발표와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소프트웨어 판매 중단, 재미 중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 발표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은 오히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제한 조치들을 계속 취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블룸버그는 "반도체와 희토류를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광물 무기화를 내세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망 전문 컨설팅 기업 트리비움 차이나의 코리 콤스 부국장은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 칩에 대한 경쟁력 있는 대체품을 개발했지만, 미국이 독립적으로 희토류를 확보하기까지는 10년은 더 걸릴 것”면서 “현 시점에서 중국의 레버리지(협상력)는 미국의 레버리지보다 지속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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