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대만선 "친중", 중국선 "대만독립"…양안서 돌 맞는 대만 연예인

  • 린즈링 대만콘텐츠진흥원 이사 임명 후폭풍

  • '친중 논란'에 9일만의 사퇴…계속되는 역풍

  • 드라마 출연 취소 등 중국 본토 보이콧 조짐

  • '2016년 쯔위 사태'…양안 갈등의 '희생양'

중화권 배우 린즈링 사진웨이보
중화권 배우 린즈링 [사진=웨이보]


"량안부스런(兩岸不是人)"이라는 말이 있다. 양안(兩岸·중국 본토와 대만) 양쪽 모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를 뜻하는 중국어권의 냉소적 표현이다. 최근 대만 연예인 린즈링(林志玲)의 행보를 둘러싸고 이 표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린즈링이 대만 문화부 산하 대만콘텐츠진흥원(TAICCA) 이사진으로 영입되면서부터다. TAICCA는 대만 정부가 문화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2019년 설립한 기관으로, 대만 문화 콘텐츠의 해외 확산과 글로벌 마케팅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린즈링의 국제 활동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영입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대만내 반중 성향의 진영에서는 곧바로 비판이 제기됐다. 린이 지난 2023년 10월 1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신중국 성립 74주년 경축"이라는 중국 국영중앙(CC)TV 게시글을 공유하고, 그가 중국에서 '애국가요'라 불리는 '나와 나의 조국(我和我的祖國)'를 부르는 영상이 다시 주목받으며 친중 행보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특히 양안 관계가 민감한 시기에 대만 정체성을 알리고 문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기관의 이사진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중국 본토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기관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중국과 단절하고 대만으로 돌아오라(脫中返台)”며 린즈링 임명을 공개 지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본토와 대만을 오가며 활동해온 린즈링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린즈링은 임명 9일 만에 침묵을 깨고 “근거 없는 추측과 오해를 더 이상 막기 위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 본토 누리꾼들의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중국에서는 TAICCA를 민진당 정부의 ‘문화적 대만 독립’ 정책과 연결해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중국 온라인상 일각에서는 린즈링의 이사직 수락 자체를 반중 행보로 해석하는 반응도 나왔다. 동시에 임명 직후 여론의 흐름을 살피다 9일 만에 물러난 것을 두고, 향후 중국 본토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실 린즈링의 고향은 반중 성향이 강한 타이난이다. 그의 부친 역시 반중 독립 성향의 천수이볜 전 총통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린즈링은 과거 중국 본토에서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도 일부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았다. 다만 이후 양안 관계가 비교적 안정되면서 중국 본토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그는 2019년 일본 배우와 결혼한 뒤 한동안 활동을 줄였지만, 올해 들어 다시 중국 본토 활동을 재개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논란 이후 린즈링의 특별 출연이 예고됐던 중국 드라마에서는 그의 이름이 출연진 명단에서 빠졌고, 출연 예정이던 예능 프로그램들도 다른 연예인을 물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중국 본토 내 ‘린즈링 보이콧’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이번 사태는 2016년 이른바 ‘쯔위 사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우리나라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는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대만 독립 지지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공개 사과를 하자 이번에는 대만 내 여론의 역풍에 직면했다.

결국 “량안부스런”이라는 표현은 양안 관계 경색 속에서 대만 연예인들이 처한 불안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아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어느 한쪽에 가까워 보이는 순간 다른 한쪽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양안 관계가 악화할수록 대만 연예인들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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