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앞둔 대기업그룹 잇단 벤처캐피탈 설립···신사업 경영수업 활용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동 기자
입력 2023-07-12 05:4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국내 대기업그룹에서 승계를 앞두고 계열사 벤처캐피털을 설립해 경영 수업에 활용하는 모습이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 재벌 2~4세들이 벤처캐피털에서의 업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투자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그룹의 신사업 발굴이라는 성과까지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승계를 앞둔 대기업그룹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하고 있다. LX그룹은 이달 초 CVC인 LX벤처스를 설립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재계에서는 LX그룹의 CVC 설립이 승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X MDI 대표(부사장)가 그룹 싱크탱크로서 계열사의 컨설팅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라 CVC와 협업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경영 일선에 복귀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CVC를 출범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역시 승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지난 3월 장 회장은 장남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에게 회사 지분 20만주를 증여하는 등 승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향후 장 전무 등 동국제강 4세가 CVC 업무를 관장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예 CVC 대표를 맡은 재벌 2~4세도 적지 않다. GS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GS퓨처스는 오너 4세 허태홍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형인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차남이다.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의 차남인 박재원 벨스트리트파트너스 대표도 CVC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도 2018년부터 CVC를 이끌고 있다.

아직 대표로 올라서지 않았지만 투자심사역으로 활약하는 재벌 2~4세도 눈에 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장녀 이연수씨는 에코프로파트너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다. 홍석준 보광 회장의 장남인 홍정환씨도 보광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심사총괄을 맡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2000년대까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 관리자급으로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경력을 시작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모두 그룹 주력 계열사에 부장이나 이사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CVC에서 투자 감각을 익히고 지주사 등에 임원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이는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부분 대기업 그룹도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력 계열사 업무에만 매달리기보다 장기적 투자와 미래산업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CVC가 낫다는 시각이다.

또 그룹의 신규 성장동력을 발굴했다는 성과까지 쌓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실제 재벌 2~4세는 CVC에서 그룹의 신사업 발굴에서 적지 않은 성과도 올리고 있다. 허 대표가 이끄는 GS퓨처스는 미국 전기차 충전 업체 리질리언트파워(ResilientPower)에 투자해 신사업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가 이끄는 키움인베스트먼트도 시스템 반도체 기업 네패스아크에 투자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승계를 준비하면서 해외 유명 대학의 MBA 과정을 밟았다면 최근에는 CVC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투자 활동을 통해 그룹의 미래사업에 대한 현황을 두루 파악하고 성과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