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기업 대응 전략 핵심은 '직무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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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기자
입력 2022-06-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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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정년유지형 임피제 무효판결

  • '합리적 임피제' 기준 제시됐지만

  • 구체적 실행방안 법리 제시 안돼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합리적 이유 없이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 이후 업계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법조계도 이번 판례 의미를 분석하는 작업으로 분주하다. 법조계는 대법원 판례만으로는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리스크’ 대응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여러 법과 제도까지 광범위하게 살펴보는 작업이 선행돼야 임금피크제에 구체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임피제 무효 아냐...‘합리적 임피제’ 기준은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유지형 △정년연장형 △고용연장형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최근 대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린 사례는 ‘정년유지형’이다.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가 된 것은 아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KT 전·현직 직원 131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2건을 원고 패소 판결했다. 
 
두 사건 판단을 가른 대목은 정년연장 여부였다. 대법원에서 무효로 판단한 사건은 정년을 두고 임금만 깎은 경우였다. 그러나 KT는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은 늘려줘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당시 재판부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 전후를 비교해 봐도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의 총액은 더 많아진다”고 밝혔다.
 
사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다 보니 임금피크제에 대응하려는 기업으로서는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된 기준을 면밀히 살펴보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대법원이 열거한 기준은 크게 임금피크제의 △타당성 △불이익 정도 △불이익에 대한 보상 수준 △감액 재원을 본래 목적에 사용했는지 여부 등이다. ‘합리적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려면 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 판례, 구체적 법리 제시 X...관련 법령 참고해야”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내놓은 기준들만 고려해서는 기업들이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례에는 임금피크제를 다루는 데 필요한 구체적 방법에 대한 법리까지는 제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임금피크제와 연관된 다른 법령들까지 광범위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거쳐야만 임금피크제에 실질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대표적 사례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남녀고용평등법과 기간제법, 파견법상 차별적 처우 금지와 관련해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이 마련된 역사와 취지 등에 비춰볼 때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임금 감축분과 실제 이행한 근로 결과 간 적정성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참고할 지점이 된다는 분석이다.
 
김대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임금차별이 금지되는 차별 사유에 근거했음을 엄밀히 밝히지 않아도 임금차별을 쉽게 포착해 차별 대우를 시정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국제인권조약도 성별이나 고용형태에 국한하지 않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이를 위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기업 사업장별·임금체계 특성 등을 고려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중요한 대목으로 꼽히는 것은 ‘직무분석’이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에 앞서 노동자들의 직무가 차지하는 가치를 측정, 결정하는 일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선행돼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직무평가 방법이 동일 사업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에 대해 같은 기준과 방식으로 실시돼야 한다”며 “연령별 담당 직무 기준에 대한 평가가 구체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연령차별적이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는 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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