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플랫폼 기업 다수 자문··· "기업 잠재력은 물론 성장전략까지 함께 제시해야"
  • 지난해 전략 컨설팅 조직 EY파르테논 신설··· T-PLUS 인수로 강점 극대화
 

[사진=EY한영]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은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을 누렸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을 글로벌 시장에서 M&A 거래가 활발해진 가운데 국내에서도 다수 기업들이 조 단위 배팅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며 플랫폼 기업들의 몸값도 천장을 모르고 치솟았다.
 
지난 13일 아주경제와 만난 이근희 EY한영 파트너는 "재무실사(FDD)나 밸류에이션(Valuation)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실사와 밸류에이션이 전체적인 딜(Deal) 구조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고민하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파트너는 14년 이상 M&A 자문 및 평가를 수행한 전문가로,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플랫폼 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에 걸친 경험을 갖췄다. 지난해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카카오의 지그재그(크로키닷컴) 인수 등을 자문했다.
 
실사부터 '전략적 사고' 중시··· "손가락이 아닌 달을 봐야"
 
시장의 변화와 함께 M&A 과정에서 실사와 자문 실무를 담당하는 회계법인들의 고민도 커졌다. '숫자'만 들여다 보던 관행에서 벗어나 고평가된 기업의 잠재력을 꿰뚫어보는 혜안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실사와 밸류에이션 단계부터 인수 이후의 시너지 효과, 장기적 성장 전략을 고려해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검토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 파트너는 "최근 M&A 자문의 경우 기업의 성잠 잠재력과 그 방안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며 "결국은 확장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배수가 일종의 '바이블'이었고, 현재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바탕으로 거래가 진행된다"며 "다만 최근에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테크, 디지털 기업들도 높은 가치에 거래가 되기 때문에 평가 과정에서 고민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 기업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가치평가법을 적용한다고 해도 평가가 어려운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가치평가 기법이 요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용 고객의 수, 거래 규모 등 매출(revenue) 기반의 가치평가가 등장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더라도 현금흐름할인법(DCF·Discounted Cash Flow)을 통해 일정 수준의 검증은 꼭 필요하다. 매출 성장세를 바탕으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더라도 일정 정도는 숫자를 통해 근거를 제시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파트너는 "자문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입증할 수 있는 요소들을 (고객사와의) 협의를 통해 열거한 뒤, 실제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모델에 반영한다"며 "실제 다수 M&A 거래를 살펴보면 매각 당시 장점으로 내세웠던 요인들이 실제 거래 성사 이후엔 실현되지 않았던 사례들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후배 회계사들에게 (실사와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봐야 한다"고 줄곧 강조하는 이유다.
 
◇EY파르테논과 협업 강점···T-PLUS 합류로 전략성 강화
 
EY한영은 성공적인 M&A 자문을 위해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회원사 EY의 전략 컨설팅 조직인 EY파르테논의 국내 부문을 신설한 것도 이같은 차원이다. 실제 기업의 성장 전략을 고려한 실사와 밸류에이션을 위해 EY파르테논과 업무 초기 단계부터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내 전략 컨설팅 기업인 탠저블플러스(T-Plus)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파트너는 "개인의 역량보다는 조직적 역량을 강화하자는 것이 EY한영의 입장"이라며 "최근 T-Plus까지 회사에 합류하며 성공적인 구조가 갖춰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M&A 자문과정에서 꼼꼼함과 솔직함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될 요인들을 치밀한 실사를 통해 검토하는 것은 물론, 그 결과를 고객사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M&A 과정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요소로 인해 거래가 틀어지는 일이 다반사고, 때론 매도자 측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인수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파트너는 "노출된 리스크는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문제가 될 요인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협의를 해야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자문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근희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콘텐츠 분야 밸류에이션(Valuation)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반적인 기업과 사용하는 방식은 같다. 기본적으로 재무제표를 보고 근거들이 다 있어야 한다. 다만 딜을 하다 보면 기본적인 콘셉트나, 처음 가격 등은 시장의 유사한 기업의 멀티플 배수를 갖고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경우 EBITDA 멀티플이 일종의 바이블이었다. 지금도 물론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이를 통해 이야기를 한다. 다만 최근 난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테크, 디지털 기업들이다. 이런 곳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잘 알겠지만 먼저 적용된 것이 회원 수, 거래규모 등 거래에 대한 멀티플 배수다. 기업의 가치를 설명하려다 보니 매출(revenue) 기준의 멀티플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다만 인수자 입장에선 DCF 형태로 이를 구현했을 때 어떤 모습이 그려지는 검증을 안 할 순 없다. 또 그 결과가 밸류가 200%, 300% 수준으로 이뤄져야 가능하다면 쉽게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 과거 대비 어려워진 것도 이런 부분이다. 보통 시장에서 이뤄지는 딜을 보면 먼저 (유사 기업과의) 비교사례법이 적용되지만 DCF로도 검증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검증을 해보면 숫자들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러면 기업의 확장성을 고려하게 된다. 현재가 아니라 이 콘텐츠를, 인수자나 플랫폼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냐는 것이다. 기업에 콘텐츠를 활용할 채널이 뭐가 있는지, 혹은 이를 활용해서 어떤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등이다. 이런 요소가 증명되지 않으면 (거래가) 쉽지 않다.
 
기존 사업을 미래에도 이만큼 할 겁니다, 이건 기본이지만 그와 함께 확장을 얼마나,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시장 상황과 밸류에 맞춰 거래를 할 수 없다. 결국은 확장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가장 큰 숙제다.
 
△콘텐츠를 활용한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은 전문가들도 어려운 일로 예상되는데 무엇을 주안점으로 두는지 궁금하다.
 
-실무적으로는 계열사나 혹은 내부에서 활용 가능한 방안에 대해 리스트를 먼저 만들고 삭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말 실현 가능한 방안인지 저희 내부적으로는 물론 인수회사 측에도 의견을 구해 모델에 반영하게 된다. 현재 자원과 사업은 뭐가 있고, 인수 이후엔 어떻게 결합해서 시너지를 낼 것인가를 같이 의논해야 한다. 예컨대 이베이(ebay)와 쓱(SSG)닷컴의 경우면 양 사 교차 지점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면 인수회사의 유통, 마케팅 팀까지 함께 고민이 필요하다. 실제 EY한영의 전략 컨설팅 특화 조직인 EY파르테논(EY-Parthenon)이 함께 자문 과정에 참여해 그런 작업을 수행한다.
 
△후배 회계사들에게 실사(FDD)와 가치평가(Valuation)를 할 때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한 마디 조언을 부탁한다.
 
-실제 딜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어야 FDD나 밸류에이션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사나 평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지금 수행하는 업무가 전체 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염두에 두지 않을 경우 실사나 밸류에이션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다. 늘 전체 딜의 흐름을 알고 업무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은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FDD, 밸류에이션을 하는 것이다. FDD 보고서에도 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FDD나 밸류에이션의 전문가여도 딜 자문에 참여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주고자 한다.
 
△마무리 과정이 깔끔한 딜이 있고 마무리 과정이 다소 시끄러운 딜이 있다. 둘이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생각치도 못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방지하려면 준비가 탄탄해야 한다. 매도 측에서는 중요하게 생각지 못했던 당연한 요소가 인수자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사전에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리스트를 잘 정리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솔직하게 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특정 문제는 드러나지 않게 묻고 가고 싶을 수 있지만, 그렇게 넘어가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과거 경험상 시점이 다를 뿐 항상 문제가 된다. 초기에 발견해서 인수자와 협의를 하는 것이 낫다. 노출된 리스크는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솔직하게 협의를 하면 인수 측에서도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문사 역할이 중요하다. 10을 잃지 않으려다가 100을 잃을 수도 있다.
 
△한국 산업계가 처한 가장 큰 경영환경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EY한영이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강조해왔다. 여전히 앞으로 준비해야 할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저희가 강조한 것은 '파괴적 혁신'이 없으면 지속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이런 흐름이 더 가속화되었다. 디지털 생태계, 관련 사업의 발전이 코로나19 이전보다 10년은 더 앞당겨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에 대해 고객사에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ESG다. 전기차가 최근 수 년 사이 빠르게 각광받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2차전지를 중심으로 산업이 커졌다. 단순히 좋은, 선한 의도에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도 있지만 실제 우리 경제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앞으로는 환경 이외에도 거버넌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본다. M&A 쪽에서도 거버넌스를 위한 일종의 내부적 통합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예컨대 그룹 내 회사를 자체적으로 독립경영화해서 스핀오프 할 수도 있다. 나아가선 이런 회사들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컨트롤하는 조직이 등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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