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에 묻다- ⑦회생] 김남형 EY한영 파트너 "구조조정, 시장 주도적 형태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안준호 기자
입력 2022-01-05 18:0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남형 EY한영 파트너 [사진=유대길 기자] 

회생 기업의 매각은 일반적인 인수합병(M&A)보다 난이도가 높다. 파산 위기에 몰렸던 기업이 거래되는 만큼 인수 의향을 보이는 원매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헐값에 팔아치웠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면 반발이 더욱 커진다. 투입된 '혈세'에 비해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회생 과정에서도 은행의 역할을 줄이는 것이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채권자들이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을 갖고 오랜 기간 정상화 계획을 실행하는 형태의 구조조정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14일 아주경제와 만난 김남형 EY한영 파트너는 "과거 회생 기업의 M&A가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가 된 은행의 주도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빠른 매각에 방점을 찍은 시장 주도적 형태의 거래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파트너는 오랜 기간 워크아웃, 구조조정 관련 자문 업무를 수행한 회계업계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2007년 관련 업무를 시작한 뒤 2016년부터 EY한영에 합류해 회생·구조조정 관련 업무에 15년 가까운 경험을 갖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한진중공업, 금호아시아나,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 다수 기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고 재무진단을 수행했다. 특히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의 경우 경영정상화부터 계열사 매각 자문, 리파이낸싱, 재무진단, 투자유치까지 정상화 과정의 거의 모든 단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일반적인 워크아웃 M&A의 경우 채무조정-출자전환-지배구조 개편-매각의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재무적 개선은 물론 향후 사업계획에 대한 검토도 진행된다. 과거엔 국책은행이 이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다. 앞으로는 보다 시장 주도적 형태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김 파트너의 의견이다. 은행은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일시적 자금을 지원하고, 최대한 빨리 M&A를 진행하는 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위기 상황의 기업에게 잠시 숨통을 터주는 역할만 수행하고 동시에 매각을 추진하는 방식의 경영정상화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아시아나 항공도 채권단이 출자를 통해 주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영구채로 자금을 지원한 뒤 매각을 추진하는 방식을 택했고, 최근 인수가 마무리된 흥아해운의 경우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한 뒤 바로 매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과 함께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한 사모대출펀드(PDF)나 사모신용펀드(PCF) 등 크레디트 펀드는 이같은 흐름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김 파트너는 "채권단이 관여하는 시간을 줄이고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인수 이후 적극적인 정상화 과정을 수행하게끔 하는 것이 최근 흐름"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책자금이 아닌 사모펀드의 PDF, PC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이후 매각 과정에선 환수 자금의 규모가 논란을 빚곤 한다. 이에 대해 김 파트너는 회생이나 워크아웃 기업의 M&A를 추진할 때엔 기존에 투입한 비용에 너무 집착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상화 계획을 수립할 때 이미 들어간 비용을 고려하면 선택지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김남형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회생, 구조조정은 M&A가 주로 주목받고 그 사이에 어떤 과정이 진행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 재무적으로 곤경에 처한 기업을 턴어라운드시키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예를 들어 흔히 말하는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절차다. 일반적인 상거래 채권자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구조조정이란 것은 누군가의 채무를 덜어내는, 재조정 과정이고 그 와중에 채권자의 피해가 발생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기촉법에 의한 워크아웃 절차다. 일단 은행들이 모여서 해당 기업에게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고 회생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약 4개월 정도 걸린다.
 
이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금융기관도 손을 뗀 경우는 법원 회생 절차에 들어간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이른바 통합도산법에 따라 진행된다. 회생절차에서는 법원이 모든 채권자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다루게 된다. 즉 상거래 채권자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한다. 예컨대 A라는 대기업이 재무적 곤경에 처해서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거래처의 채권도 대규모 채무재조정을 통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 때문에 중대한 케이스이거나, 빨리 회생이 필요한 경우는 은행 중심으로 모여 워크아웃을 진행하게 된다. 상거래 채권 피해자를 만들지 말자는 취지다. 장단점이 있다. 워크아웃은 왜 일부 채권자만 손실을 감내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거꾸로 워크아웃 측면에서 보면 회생법원이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최근 신한중공업이나 한진중공업 사례를 보면 본업보다 토지 용도전환이 (매각 과정에서) 주목받았다. 기업 경영정상화 방안에 이런 신사업도 솔루션 일종으로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 경영정상화 과정에는 당연히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들어가고, 신사업도 일부 포함될 수 있다. 그 전에 먼저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도 정상화의 일종이다. 기존 사주가 경영을 못해서 기업이 어려워졌을 수 있다. 추가로 재무구조에 대한 검토도 포함된다. 사업구조 개편은 그 다음이다. 여러 사업 중 특정 부문이 실적이 좋지 못하면 그걸 카브아웃(자회사나 사업을 분할 후 매각하는 것)하는 경우가 많다. 신사업이 있으면 거기에 도전할 수도 있다.
 
풍력발전소를 짓거나 조선소 대신 아파트를 짓거나 하면 엄청난 차익이 생긴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그렇게 적극적인 결정을 하기는 어렵다. 채권단은 대상회사의 운영 리스크를 줄이고,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주인을 찾아주는 역할이다. 그 뒤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고 활용하겠다는 경제적 관점의 결정은 새 주인이 하는 것이다. 경영정상화는 턴어라운드를 시키거나, 채무를 재조정해서 시장에서 팔릴 만한 가치를 만들어주는 수준에서 그친다.
 
△사업성은 좋은데 재무상태가 나빠서 회생에 돌입한 경우에는 어떤 솔루션을 제시하게 되는지.
 
- 보통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채무조정을 통한 정상화가 이뤄진다. 다만 최근에는 흐름이 바뀌었다. 과거엔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적극적이었다.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먼저 기존 구주주 감자를 하고 그 다음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출자하게 된다. 기존 지배주주는 나가고 채권자들이 주인이 되는 형태다. 그 뒤 경영정상화 방안을 만들어 실행하게 된다. 2~3년 정도 흘러서 어느 정도 턴어라운드가 이뤄지면 졸업 절차를 밟거나 매각을 하게 된다.
 
이처럼 과거엔 채무재조정-출자전환-지배구조 개편-매각이 일반적인 구조조정의 프로세스였다. 최근에는 다르다. 필요한 경우 구주주 감자까지는 하지만, 출자를 적극적으로 하진 않는다. 일단 회사 재무가 어려우니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영구채 인수 등으로 자본을 지원해주긴 한다. 영구채는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해준다. 이렇게 자본을 지원해준 뒤 M&A를 빨리 진행하는 것이 최근 흐름이다. 아시아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시아나는 채권단이 출자해서 회사 주인이 된 적이 없다. 영구채만 넣고, 그 뒤 매각을 추진했다. 최근 흥아해운 같은 경우도, 워크아웃에 돌입하자마자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이처럼 최근에는 위기 상황에서 잠시 숨통을 터주는 역할만 하고, 동시에 매각을 추진하는 정상화 플랜이 많다.
 
과거 흐름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라면 지금은 보다 시장 주도적인 형태다. 시장에 맡기면 사모펀드 운용사(PE)나 전략적 투자자(SI)들이 구조조정을 한다. 가능하면 채권단이 (기업을) 들고 있는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 트렌드다.
 
△말씀하신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나.
 
오히려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PE들도 예전처럼 바이아웃 딜을 진행하면서 에쿼티(지분) 투자만 하지 않는다. 사모대출펀드(PDF), 사모신용펀드(PCF) 등을 만드는 흐름이다. 기존엔 곤경에 처한 기업이 국책은행을 찾아가 경영권을 잃어도 좋으니 도와달라고 했다면, 이제는 그런 역할도 시장에서 일부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성장금융에서도 (기업구조혁신펀드 등)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을 위한 펀드 조성도 하고 있는데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법 개정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PDF 진출 기회가 열리기도 했다. 기존에는 지분투자해서 경영권을 잡아서 했다면 이젠 론(loan)을 통해서도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 점점 구조조정 기능이 시장 쪽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워크아웃 같은 경우는 금융기관들이 진행하니까 자금 지원도 상대적으로 원활하다. 반면 회생은 법원이 주도하다 보니 금융기관 채권자들도 돈을 추가로 지원해주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경우는 PDF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자금을 지원해 줄 테니 마치 최우선 변제권을 달라고 할 수도 있고, 물론 당장은 어렵지만 제도적으로 그런 부분이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 채권자들 입장에선 (우선 변제를 해주면) 반발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 그렇게 일반화하긴 어렵다. 기존 채권자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추가로 돈을 줘야 할 필요가 없어지니 오히려 나쁘게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채무자 입장에서는 (은행보다) 조달 원가가 커지니 부담이 있긴 하다. 국책은행이라면 3~4% 이자가 PDF에서는 7% 이상은 될 것이다. 기존 채권자들은 어차피 3~4% 이자를 받겠다는 입장은 아니니, 자기 돈이 추가로 나가지 않고 (기업이 자금 지원을 받는다면) 오히려 반가울 수 있다.
 
△회생 M&A의 경우, 인수 대금 중 구주 매출은 적고, 신주 발행분이 많다. 회생 M&A 중 산업은행 손에 거친 경우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라면 국민의 혈세가 일부 PE 등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 기존 사주 주식을 다 감자하고 은행의 출자전환이 이뤄진 상태에서의 이야기인 것 같다. 구조조정 진행되는 회사는 돈이 필요하다. 은행이 채무재조정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주주가 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을 지원해서 정상화하게 된다면 은행의 구주 가격이 올라간다. 반면, 새로운 투자자로부터 가능한 빠른 시기에 신주발행을 했다면 은행이 돈을 지원하지 않는 것인데, 은행 입장에서 보면 불확실한 리스크를 부담하며 추가 자금을 지원하고 구주 가치를 올리는 것보다는, 새로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게 하는 M&A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은행이 이미 본 손실은 매몰원가이고, 경영정상화에 따른 경제적 혜택을 보는 것은 추가적인 리스크를 부담하는 새로운 투자자의 몫인 것은 당연하다.
 
△산은 등의 자금 환수 역할도 있지 않나.
 
그러려면 은행이 기업을 오래 들고 있어야 한다. 계속 자금을 지원하며 가치를 높이고 그 뒤 매각을 해야 한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었으니 적극적으로 가치를 높이라고 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구주매출이 적다는 의미는 구주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걸 높이려면 자금을 지원해서 기업의 가치를 올린 뒤 구주매출로 회수해야 한다. 이 과정 대신 은행은 물러나고, 새 인수자에게 자금을 대라는 것이 요즘 방식이다. 결국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단계에서 리스크를 부담하고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자금을 은행이 내냐, 외부 투자자가 낼 것이냐의 문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