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무효표 재검토 어물쩍 넘기면, '정권연장'은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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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입력 2021-10-1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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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더불어민주당 20대 대선 후보로 이재명 지사를 선출했지만 당내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이재명 후보가 예상과 달리 ‘턱걸이 과반’에 그치면서 본선 행보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검찰 수사 중인 대장동 택지개발 의혹 사건마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불확실성 또한 작지 않다. 당장 이낙연 캠프는 경선 결과를 승복할 수 없다며 중앙당사에 이의제기를 접수했다. 어느 때보다 ‘원팀’ 구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당 안팎에서 제기된 변수로 인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10일 3차 경선 결과 이재명 지사는 누적 득표율 50.29%로 대선 후보로 결정됐다. 과반(50%)을 겨우 넘긴 득표율이다. 이재명 캠프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57%) 정도를 기대했지만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크게 패함으로써 출발부터 꼬였다.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이재명 지사는 7만441표(28.30%)를 얻은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15만5220표(62.37%)로 이재명 지사를 두 배 이상 앞섰다. 또 서울 경선에서도 이재명 지사는 51.45%로 이낙연(36.50%)에 앞섰지만 이전보다 줄어든 격차였다.

정치권은 투표 결과에 대해 대장동 택지개발 의혹에서 비롯된 이재명 불안감과 위기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높은 투표율과 이낙연 압승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3차 선거인단 투표율은 82%로 11개 지역 경선과 1차 슈퍼위크(70.36%), 2차 슈퍼위크(49.68%)를 통틀어 가장 높다. 높은 투표율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느낀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본부장이 뇌물과 배임혐의로 구속되면서 연장선상에 있었던 이재명 지사에게도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예상되는 후보 교체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캠프는 줄곧 이재명 위기감과 불안감을 제기했다. 설훈 공동선대위원장은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해 반발을 샀다.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도 큰 의미를 담고 있다. 국민여론조사 성격이 강한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두 배 이상 앞선 건 중도층 표심으로 읽힌다. 당심과 다른 민심이 ‘불안한 후보론’과 대척점에 있는 이낙연 지지로 흘러 간 결과로 해석돼 민주당 선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선거인단 성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이 영향을 미치는 대의원‧권리당원과 달리 선거인단은 경선을 앞두고 급조된 느슨한 임시조직이다. 쉽게 말해 중도 성향이 강해 본선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다. 민주당은 1차 64만명, 2차 49만명, 3차 30만명 등 총 143만명을 모집했다. 이 가운데 ‘조직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기)’로 모집한 1, 2차와 달리 3차는 개별 참여 비율이 높아 민주당 색채가 덜하고 중도층 성향에 가깝다. 결국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참패는 중도 확장에 의구심을 남겼다.

흔히 국내 정치 지형은 진보 30%, 중도 40%, 보수 30%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대선 때마다 중도층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여야 1위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정권 교체’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중도층은 결정적인 방향타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확인된 밑바닥 여론에다 무효표 처리를 문제 삼는 문제제기가 가세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이낙연 캠프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당규 해석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세균 김두관 후보가 얻은 표를 무효처리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캠프는 사퇴 이전에 얻은 득표수는 합산해야 한다고 맞선다. 홍영표 의원(이낙연 캠프)은 “김두관 후보 사퇴(9월 27일) 이후 부울경 선거에서 나온 257표는 무효 처리가 맞다. 하지만 사퇴 이전에 얻은 정세균 2만3731표와 김두관 4411표는 합산하는 게 당헌당규에 부합한다”면서 “후보가 사퇴했다고 소급해서 무효 처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이재명 지사 누적 득표율은 49.32%로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도 “62% 득표율은 사실상 후보 교체 신호다. 무효표 처리는 전체 표심을 왜곡하는 것이다”면서 지도부 사퇴와 무효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경선 불복이 아니라 계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이의제기는 당헌당규에 보장됐다”며 경선 불복 프레임을 경계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무효표 재검토와 결선 투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 드러난 중도층 표심과 향후 원팀 구성을 위해서라도 분란 소지를 없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원로 A씨는 “사퇴한 후보 표를 무효처리하는 건 매우 불합리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해석하는 잘못을 반복해왔다. 정세균 후보가 사퇴할 당시 강하게 주장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당 선관위 해석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무효표 처리가 내홍과 분열을 초래하는 논란을 제공한 만큼 유연하게 해석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경직된 자구 해석에만 매달린다면 대선 승리는커녕 원팀 구성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후보 또한 “국민이 언제든지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말로 어물쩍 피할 일이 아니다. 갈등을 조기 봉합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는 험난하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 8일 발표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는 52%인 반면 ‘정권 연장’은 35%에 그쳤다. 그래도 외면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학교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학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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