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증시가 급락하며 4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려났지만 일부 한국계 펀드는 상반기 플러스 수익률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마진콜과 외국인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린 가운데 VIC(빈그룹), VHM(빈홈스) 등 대형주 편입 전략은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이 운용하는 펀드 2곳의 성과를 갈랐다.
23일(현지시간) 베트남 증권업계에 따르면 22일 베트남 호찌민증시의 VN지수는 62포인트 넘게 하락해 1668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해당 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진 1700선을 내준 수치로 3월 말 이후 가장 큰 폭의 조정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VN지수는 4거래일 연속 큰 폭으로 밀리며 누적 7.6% 하락했다. 두 달 전 기록한 사상 최고치 1927포인트와 비교하면 조정 폭은 13.5%에 이른다. 호찌민거래소의 체결대금은 약 2만3000억 동(약 168억6000만 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소폭 늘었지만 매수세는 적극적으로 유입되지 않았다.
이 같은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마진콜 및 그에 따른 '강제매도 압력'이 꼽혔다. HSC증권의 타일러 응우옌 마인 둥 시장전략 리서치 선임이사는 이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주초보다 뚜렷하게 커진 강제매도 물량을 지목했다. 그는 "매도세가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오후 2시부터 2시 30분 사이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ACB증권 호찌민 지점의 쯔엉 꽝 빈 지점장도 마진콜과 강제매도가 지수 하락을 빠르게 키웠다고 진단했다. 그는 "2분기 말 증권사 신용융자 잔액이 약 450조 동(약 25조3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난 점에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거나 기존 수익을 지키기 위해 먼저 비중을 낮춘 것으로 풀이됐다.
수급 주체별로 보면 외국인의 대형주 매도세가 증시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약 5조 동(약 2810억 원)을 순매도해 최근 한 달 반 사이 최대 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SSI, ACB, EIB, TPB, VIB 등 업종 대표주들이 외국인 매도 대상에 포함됐다.
빈 지점장은 은행, 증권, 석유·가스, 철강 등 주요 업종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뒤 이날은 빈그룹 계열 종목까지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VIC와 VHM은 앞서 여러 업종의 매도세 속에서 지수를 떠받치는 역할을 했지만 이날은 두 종목에 매물이 몰리며 지수 하락분 가운데 32포인트를 차지했다.
한편 올 상반기 베트남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탄 가운데서도 일부 한국계 운용사 펀드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기준, 순자산가치를 베트남 동으로 환산해 집계한 15개 대형 외국계 투자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플러스였던 곳은 3곳에 그쳤다. 이 가운데 KIM베트남성장펀드는 연초 이후 1.7%, KITMC 월드와이드 베트남 RSP 밸런스펀드는 1.5%의 수익률을 올렸다.
두 펀드는 모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펀드상품이다. KIM베트남성장펀드는 베트남의 고성장 선도 기업에 투자하고 상장주식 비중을 크게 가져가는 전략을 쓴다. KITMC 월드와이드 베트남 RSP 밸런스펀드는 베트남 상장사 또는 베트남에서 주된 사업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면서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는 방식으로 장기 자본 성장을 추구한다.
KIM베트남성장펀드의 순자산은 이달 중순 기준 약 3억1000만 달러(약 4580억 원)며, KITMC 월드와이드 베트남 RSP 밸런스펀드의 순자산은 1억9200만 달러(약 2830억 원)다.
성과 차이는 포트폴리오에서 갈렸다. 지난달 말 기준 KIM베트남성장펀드는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VIC(빈그룹), VHM(빈홈스), VCB(비엣콤뱅크)를 가장 큰 비중으로 편입했다. 이 가운데 VIC와 VHM의 비중이 높았고 MBB(밀리터리뱅크)와 CTG(베트남산업은행)도 보유했다. KITMC 월드와이드 베트남 RSP 밸런스펀드도 유사한 구성을 보였지만 VIC 비중이 더 컸다.
VIC와 VHM의 강세는 두 한국계 펀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두 종목은 최근 2년 동안 세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VN지수의 상승을 이끈 핵심 대형주로 꼽혔다. 다만 이날 급락장에서는 같은 종목들이 매도 압력을 받으며 지수 하락 폭을 확대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반면 다른 대형 외국계 펀드는 수익률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JP모건 베트남 오퍼튜니티스 펀드는 0.1%로 소폭 플러스를 기록했고 드래곤캐피털이 운용하는 베트남 엔터프라이즈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와 베트남 에쿼티 UCITS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3.7%, -6.6%를 나타냈다. 비나캐피털 계열의 포럼 원-비나캐피털 베트남 펀드는 -0.3%, 비나캐피털 베트남 오퍼튜니티 펀드는 -2.6%였고 핀란드계 PYN 엘리트 펀드는 -6.1%를 기록했다.
장기 성과에서도 두 한국계 펀드는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 지난 2019년 12월 3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베트남 동 기준 순자산가치로 계산한 KITMC 월드와이드 베트남 RSP 밸런스펀드 수익률은 122.7%였다. 같은 기간 VN지수 상승률 93.6%를 넘어 15개 외국계 펀드 중 가장 높았다. KIM베트남성장펀드도 같은 기간 101.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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