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장 "2030 패닉바잉, 대안주거 공급이 답"

한지연 기자입력 : 2021-08-18 18:00
대안주거 활성화될 때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1~4인 가구 특성에 맞춘 수요자 중심의 주거문화 필요 "디벨로퍼는 죽어서 시장의 거름이 된다"…도시의 재도시화 시작되는 지금이 디벨로퍼 능력 입증할 때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피데스개발 사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005년부터 최근까지 수도권에서 공급된 아파트 대체상품은 82만5000가구로 전체의 24%에 달한다. 아파트 4가구가 공급될 때마다 대안주택 1가구가 공급된다는 의미다. 대안주택이 더 이상 '대안'에 머물지 않는 만큼 이제라도 주택정책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주거문화를 포용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피데스개발 사장)은 국내에서 부동산 개발 경험이 가장 많은 1세대 디벨로퍼다. 1980년대 대우건설에 입사해 무려 70여개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2004년에는 피데스개발을 설립해 골프텔·주상복합·아파텔·오피스텔 등 다양한 상품군을 개발해 성공시켰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에는 2009년 수석부회장으로 합류해 지난해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주택문화 메가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면서 "1~2인 가구 증가, 젊은 세대들의 직주근접 선호 강화, 도심복합지역 수요 증가 등으로 대표되는 '도심의 청년화 현상'이 앞으로의 주거문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전망은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진단과 처방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드러낸다. 김 회장은 "도심 외곽에 아파트를 짓는 방법으로는 절대 2030세대의 '패닉바잉'을 잠재울 수 없다"면서 "서울에 아파트를 대체할 1~3인 가구용 상품, 즉 대안주택을 더 빨리,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변한 건 '방향' 아닌 '속도'...도심의 청년화 현상 강화될 것"

김 회장은 디벨로퍼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40년간 주택업계에 몸담았지만 시장을 보는 그의 '날(감각)'이 무뎌지지 않는 이유다.

그는 "초가집에서 살던 촌놈이 아파트를 짓는 일을 하다보니 초반엔 엄청 쫄지 않았겠냐"면서 "(내가) 믿을 건 집단지성의 산물인 소비자 수요도 조사(데이터)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입사 초기부터 데이터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면서 "당시 호텔, 해외 경험이 많은 윗분들의 니즈(수요)와 데이터로 확인한 주부들의 공간 니즈가 번번이 충돌해 결재를 받는 데 고생 좀 했다"며 웃었다.

그가 최근 '대안주거'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원하기 때문이다. 대안주거는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도시형생활주택 등 기존 주택에서 수용할 수 없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포괄하는 모든 거처를 의미한다. 대안주거의 시대적인 필요성, 주택시장에 미치는 순기능은 이미 데이터로 확인이 됐다.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으로 다양한 생활양식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공간 패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기존 주택법 상의 주택으로는 새로운 주거수요를 담아내는 데 한계에 왔다"면서 "1~3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청년층의 도심 거주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기존 주택정책의 고려 대상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 비중은 2인(27.8%), 3인(20.7%), 4인(16.2%), 5인(3.9%), 6인 이상(1.1%)이다. 1인과 2인 가구의 비중을 합하면 전체 가구의 58%에 달한다. 2019년 국내 총인구인 5170만명 기준으로 보면 한 가구당 평균 인원이 2.5명인 셈이다.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중이 오는 2027년에는 32.8%로, 3가구당 1가구가 1인 가구일 것으로 예측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주거와 오피스의 복합용도화 현상이 수요자의 공간이용 패턴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가령 근무지와 같은 건물에 거주하길 원하는 수요자, 집에서 호텔처럼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추구하는 수요자들은 늘고 있는데 기존 주택법과 건축법에서 정한 대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맞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미 대안주거는 대세로 접어들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 가구 증가분의 66.5%가 대안주거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주택법에서 정의하는 '주택' 외의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법에서 정한 주택 개념이 현재 사람들이 사는 거처를 모두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택의 개념을 '거처'로 확대하고, 기존 주택과 대안주거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1인 가구라도 노인가구와 청년가구의 삶이 다르고, 2인 가구도 부부만 있는 게 아니라 홀어머니와 자녀, 동성 친구 등 다양한 가구형태가 존재할 수 있다"면서 "또 같은 싱글이라 해도 경제력 있는 싱글이 있고, 그렇지 않은 가구도 있는데 이런 다양한 구성을 아파트라는 단일주택 형태로 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그는 "보육시설과 교육시설, 경로당 등 일정한 시설요건을 갖춰야 하는 아파트는 아이들을 키우거나 3대가 함께 사는 가구에 적합한 형태기 때문에 1~3인 가구에는 필요한 조건이 아니다"라면서 "전통적인 가족, 필요로 하는 공간 수요가 다른 가구형태를 담을 수 있는 주거형태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피데스개발 사장)이 본지와 만나 대안주거와 부동산 시장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안주거 활성화 돼야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낡은 규제 개선해야
김 회장은 "다양한 주거형태를 반영할 수 있는 대안주거가 활성화 돼야 아파트 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1~3인 가구에 가장 적합한 형태는 오피스텔일 수 있고, 미국으로 유학 간 자녀가 한국에 잠시 들어왔을 때는 아파트 전세를 얻는 것보다 생활형 숙박시설이 더 합리적이며, IT 창업을 원하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기숙사형 주거공간이 비용 측면에서 더 저렴할 수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다양한 수요에 따른 주거형태가 공급돼야 사회적으로도 쓸데없는 공간낭비,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대안주거는 실제 주택시장 안정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대안주거의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2014~2016년 동안에는 전세가격 상승세가 뚜렷했고, 공급이 많았던 2018~2020년 상반기 동안에는 상승세가 둔화됐다. 대안주택이 임대차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그동안 대안주거에 대한 객관적 통계도 부족했고, 정부도 순기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요자, 공급자, 시장 모두 삼중고를 겪었다"면서 "대안주거의 공급이 아파트 수요 집중을 방어하고 전세가격 안정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식해 정책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그는 "대안주거는 실제 주택용도로 사용할 경우에만 금융, 세제 등을 주택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일정 규모 이하의 대안주택은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이 필요하다"면서 "오피스텔의 경우 85㎡ 초과 시 바닥난방 금지, 기숙사 분양자격 제한 등 불합리한 규제가 사라져야 대안주거가 주택대체재로 더 활발하게 사용돼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인룸(모든 것을 방에서 하는) 시대 올 것...'찐' 디벨로퍼 시대 왔다" 

김 회장은 피데스개발을 설립하면서 주택문화연구소도 만들었다. 피데스 연구센터에서는 매년 주거 트렌드를 발표하는데 올해 키워드는 '수퍼&하이퍼'다. 수퍼&하이퍼 현상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공간에 본격적으로 적용돼 기존 공간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다.

그는 "미래의 집은 주거공간이라는 기본 개념에 더해 사물인터넷 등 AI를 통해 분석하고 학습해가며 주거자를 위한 맞춤형 공간으로 섬세하게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또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집이 일터가 되고 학교가 되어가는 다중 플랫폼화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내년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봤다. 그는 "주택가격에 영향을 주는 금리, 기대심리, 가구소득, 공급물량 등 다양한 요소 가운데 통제가 가능한 공급마저도 지금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각종 규제로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대안주거 공급도 건축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주택 인․허가 실적은 35만호로 직전 5년 대비 74.4%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여기에 새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세 물량이 급감하고 있고 향후 3기 신도시 공급 청약 등에 대한 기대로 당장 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남겠다는 수요자들도 많다. 정부의 규제강화, 시장의 상승 기대심리가 계속되는 한 서울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공급을 안 하거나 임대차에 비용이 전가되거나 둘 중 하나"라면서 "공공주도 개발을 외치면서 대안주거를 외면하고, 주택생산 업체들을 시장에서 쫓아낸 결과가 지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대증요법으로는 절대로 집값을 잡을 수가 없다"면서 "상류에서 물이 적게 내려오면 샘을 파야 근본적 문제가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끝으로 "공공의 실패는 3대가 갚을 빚을 남기고, 디벨로퍼의 실패는 도시의 거름이 된다"면서 "도시가 재도시화되는 지금이 디벨로퍼의 집단지성, 진짜 능력을 보여줄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개발은 물론 개발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문제, 빈부격차를 해결하고, 새로운 공간창출에 대한 다양한 욕망을 담아내는 것도 디벨로퍼 2.0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소명"이라며 "후배들을 위해 끝까지 함께 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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