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39년 만에 ‘지각 장마’, 늦은 만큼 더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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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7-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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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 기후 때문에 늦은 7월 장마, 얇고 긴 형태 보여

  • 야행성 폭우가 특징... 침수·사망 사고 등 피해 속출

39년 만에 늦은 장마가 왔다. 올해 장마는 기후 변화로 인해 정체전선이 늦게 올라오면서 7월 장마로 변신했다. '7월 장마'는 늦은 만큼 시작부터 연일 물 폭탄을 쏟아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이상 기후 때문에 늦은 장마...얇고 긴 형태 보여
7일 오후 2시 기준 기상청은 “전라권과 경상권에 장마전선 영향으로 호우특보를 발효한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과 충청권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내외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려 피해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1982년 이후 7월에 장마 시작은 39년 만이다. 장마 시작 평년값은 통상 장마가 가장 먼저 시작하는 제주를 기준으로 6월 19일, 종료일은 7월 20일이다. 1982년 장마는 7월 5일에 시작해 29일에 끝났다. 이후 올해가 39년 만에 7월에 시작하는 장마이자 가장 늦은 '지각 장마'인 셈이다.

올해 정체전선은 일찌감치 형성됐지만 이상 기후(고온 현상)로 인해 제주도 보다 더 아래 머무르고 있었다. 기상청은 “6월 중순부터 동시베리아 부근에 따뜻한 공기 덩어리가 정체해 동쪽과 서쪽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우리나라 북쪽에 차고 건조한 공기를 동반한 상층 기압골이 자주 남하했다. 여기에 인도양과 열대 서태평양에 평년 대비 비구름이 약화되고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서쪽으로 확장이 저지돼 정체전선의 북상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역대 가장 긴 장마였던 지난해에도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서인도양에 이상 기후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높고 상승 기류가 활발해지자 동인도양과 필리핀해 부근은 하강기류가 강화됐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이 아닌 남서쪽으로 확장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상층 찬 공기를 동반하며 발달한 저기압이 만든 정체전선이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에 위치해 장마가 6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8월 들어서는 중부지방으로 북상한 정체전선이 남북으로 폭이 좁은 강한 강수대를 형성하면서 역대 최장인 54일(중부지방 기준) 동안 장마가 이어졌다. 기상청이 발간한 ‘2020년 이상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장마 기간 동안 전국 평균 강수량은 693.4㎜로 평년 수치(356.1㎜)와 큰 격차를 보였다. 당시 태풍과 장마를 포함한 집중호우로 사망한 사람은 46명이며, 재산 피해는 1조2585억원으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연평균 피해(재산 3883억원, 인명 14명) 규모의 3배를 넘었다.

올해 정체전선도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긴 형태로, 지난해와 비슷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이 모양은 지역별 강수 편차를 크게 만든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전북 무주에는 누적 강수량이 100㎜를 기록했지만 약 25㎞ 떨어진 경남 거창에는 누적 강수량이 64.2㎜에 그쳤다. 기상청은 "이번 비구름대는 동서로 길고 남북의 폭이 아주 좁아서 비가 오리라 예상되는 지역만 콕 집어서 예보하는 것은 위험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강수량의 차이가 매우 클 수 있는 데다가 비가 오는 때가 취약시간대라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야행성 폭우가 특징... 이미 사망 사고 등 피해 속출

6일 오후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숨진 채 발견된 80대 여성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상청은 올해 장마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로 ‘야행성 폭우’를 꼽았다. 야행성 폭우는 폭염 때문에 발생한다. 낮 동안 폭염으로 뜨겁고 습해진 대기가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만나 강한 비구름을 만들고 폭우를 쏟아내는 원리다. 지난 6일 전남 광양에 밤사이 내린 비로 인해 일어난 산사태는 주택 2채를 덮쳤으며 80대 여성 1명이 실종 끝에 사망했다. 전남 해남에서는 60대 여성이 밤사이 내린 비로 주택이 침수되고 나서 물에 휩쓸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남부 지방 곳곳에서 이번 장마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 중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6일까지 주택 93동, 상가 41동, 농경지 7566ha가 침수됐다. 폭우에 인근 임시주거시설로 거처를 옮긴 대피 인원은 190명에 달했다.

교통편도 마비됐다. 지난 6일 벌교~조성역 구간에 토사 유실로 순천~광주송정역 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가 재개되기도 했다. 김포·울산·제주·여수·포항 등 5개 공항에 항공기 26편은 줄줄이 결항했고, 여수∼거문·녹동∼거문·제주∼우수영 등 19개 항로 여객선 27척도 출항하지 못했다. 또한 도심 지하차도 등 주요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이번 장마는 7월 중순 소강상태를 보이겠다. 기상청은 8월 첫째 주까지 올해 강수량이 올해와 비슷한 확률을 50%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후 조금 북상해도 충청도 정도이고 세력이 약해지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갈 것이다. 10~11일은 전국에 비가 오겠다. 13일부터 17일까지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함에 따라 정체전선이 북상해 강수는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예보기간 동안 정체전선과 대기 불안정에 의해서 전국에 비가 오는 날이 많겠고, 정체전선에 가까운 지역과 대기 불안정이 강한 지역에서는 강한 비와 함께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겠다. 오랜 기간 비가 이어지면서 지반이 약해져 축대 붕괴, 산사태 등 피해가 우려되니,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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