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영화계 결산] 코로나19 속 영화계…희망과 절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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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12-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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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배우들 [로이터=연합뉴스]

많은 이들에게 2020년은 상처를 남긴 해였다. 코로나19로 우리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산업·경제·사회·문화 등이 직격탄을 맞았고 우리의 일상도 무너졌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체 극장 관객수 2억2668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올해 극장은 6천명도 채 모으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많은 영화가 개봉을 포기하거나 몇몇은 제작비라도 회수하겠다며 넷플릭스로 향했다. 위태로웠던 2020년 영화계를 톺아보았다.

◆ '기생충' 신드롬, 한국 영화의 글로벌한 성장

코로나19로 전 세계 영화계가 위축되었음에도 한국 영화의 활약은 빛났다.

단연 돋보였던 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다.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해외 유수 영화제를 뒤흔들더니 지난 2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휩쓴 것이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의 경우 '백인영화 잔치' '영미 영화 리그'라는 오명 속에서도 끝내 비영어권 영화에 주요 부문을 내어준 적이 없어 영화 '기생충'의 행보에 더욱더 이목이 쏠렸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홍상수 감독은 24번째 영화 '도망친 여자'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고, 지난 5월에는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가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지난 2월 개봉했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은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제22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 초청과 수상 소식을 전했고, 9월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이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이 가운데 최근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까지 해외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어 2021년을 기대하게 한다. 미국계 한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미나리'는 지난 2월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극영화 부문과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을 받았고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인 고섬 어워드와 바야돌리드 영화제까지 노미네이트되며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어머니 역을 맡은 윤여정은 고섬 어워즈에서 최우수 연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고 최근에는 LA지역 평론가들이 신설한 선셋필름서클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1시 영업 종료 되는 영화관 [사진=연합뉴스]


◆ 극장은 울고, 넷플릭스는 웃었다

코로나19로 극장은 유례없는 보릿고개를 겪었다. 지난 1월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극장을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객들의 불안감이 커졌던 것. 해당 극장은 방역 후 3일간 영업을 중단하는 등 철저하게 방역에 임했으나 관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관객수가 줄자 신작 영화들은 줄줄이 개봉을 연기했고, 관객들은 "볼만한 영화가 없다"라며 극장을 외면했다. 악순환이었다.

하반기에는 멀티플렉스 극장 CJ CGV와 메가박스가 매출 급감과 경영 악화를 이유로 영화 관람료를 2000원 인상했다. 두 극장사는 "극장 임차료, 관리비 및 인건비 등 고정비의 증가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극장 및 영화산업 전반의 경영 여건 악화 등이 주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서며 극장은 그야말로 대위기를 맞았다. 지난 12월 8일부터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는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로 격상되었고 극장은 오후 9시까지만 운영 됐다. 평일 오후 7시 이후가 프라임 타임인 극장에게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극장 일일 관객수가 2만명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넷플릭스 전 세계 유료 구독자 수는 1억95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810만명이 증가해 지난해 실적(2780만명)을 뛰어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화사들은 제작비라도 건지자는 마음으로 넷플릭스 행을 결정했다. 지난 4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을 시작으로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콜'(감독 이충현)이 넷플릭스를 통해 관객과 만났고 곧 '차인표'(감독 김동규), '승리호'(감독 조성희)도 공개된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MBC, OTT 웨이브가 제작한 'SF8' [사진=MBC 제공]


◆ 흥행 패턴, 플랫폼 변화…코로나19 이후 영화들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은 큰 변화를 겪었다. 통상 극장 개봉 후 마지막 단계로 온라인 플랫폼으로 향했던 영화 배급의 구조가 코로나19로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이다. 이에 각 플랫폼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많은 영화감독과 그의 작품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시네마틱 드라마 'SF8'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모색하고 활로를 찾고자 했다. 영화 제작사 수필름, MBC, OTT 플랫폼 웨이브와 함께 8편의 영화를 제작해 온라인과 방송국에서 공개하는 방식이었다. 'SF8'은 영화계 새로운 화두를 던진 작품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엿 볼 수 있게 한 도전이었다.

흥행 패턴도 바뀌었다. 신작 영화 부재가 길어지며 입소문을 타거나 팬덤을 형성한 작품들만 살아남게 됐다. 영화들은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며 손익분기점을 가까스로 넘겼다. 영화 '테넷'(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두 달이 넘도록 박스오피스 순위권에 들며 누적관객수 199만명을 모았고,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도 가까스로 누적관객수 435만명을 동원했다. 이후 같은 흥행 패턴으로 '담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손익 분기점을 넘었다.

지난 11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김기덕 감독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영화계 거장, 별이 되다

영화 팬들이 사랑한 배우, 감독들이 세상을 떠나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지난 7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별세했다. 향년 92세. '황야의 무법자' '시네마 천국', '시티 오브 조이', '장고: 분노의 추적자' 등 명작의 음악을 맡았던 그의 사망 소식에 영화계는 큰 슬픔에 잠겼다. 

8월에는 영화 '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만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4년 전 대장암을 진단받았으며 영화 '마셜' 등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드윅 보스만의 부고 소식에 동료 배우들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추모를 이어갔다.

지난 11월 영화 '007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숀 코네리가 세상을 떠났다. 1962년 '007시리즈'의 첫 편 '007 살인번호'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 역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007 시리즈' 6편에 출연했다. 그의 부고 소식에 영화 '007' 측과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추모글을 남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11일 해외 체류 중이던 김기덕 감독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Delfi, Tengrinews, BFM 등 외신은 "한국의 거장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 5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 영화감독 중 유일하게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를 석권하며 '거장'으로 칭송받았으나, 그의 마지막은 쓸쓸하기만 했다. 그의 비보에도 국내 영화계는 물론 대중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 심지어 그를 기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추모 반대 운동도 벌어지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2017년 그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A씨에게 폭행, 강요 등 혐의로 고소당했고, 2018년 MBC 'PD수첩'을 통해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및 성폭력 혐의 등이 폭로되며 사실상 국내 영화계서 퇴출 당했다. 이후 재판부는 김기덕 감독의 폭행 건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에 약식명령을 내렸다. 강제추행치상에서는 검찰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미투' 고발 이후 김 감독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해외에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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