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 감독의 인생, 극장]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고약하고 다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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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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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비규환' 최하나 감독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의 힘은 세다. 한 편의 영화는 누군가에게 좌표이자 안내서가 되기도 한다. 저마다의 이유, 저마다의 감성이 담긴 한 편의 영화. <인생, 극장>은 감독들의 '인생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감독들의 인생, 그들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작품은 무엇일까? 올해 영화 '애비규환'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최하나 감독에게 물었다.

"10대 시절, 영화를 무척 많이 봤어요. 그중에서도 고등학교 때 본 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를 인생 영화로 꼽고 싶어요."

최하나 감독이 인생 영화로 꼽은 작품은 토드 솔론즈 감독의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다.

작고 뚱뚱한 몸매에 도수 높은 안경을 쓴 돈 위너. 중학교 1학년인 그는 끔찍한 성장기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은 돈에게 바보니, 레즈비언이니 하며 따돌리고 선생님들은 이를 방관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 모범생인 오빠와 예쁜 외모를 가진 여동생 미시 사이에 끼어 미운오리새끼 취급만 당한다.

돈에게도 첫사랑이 찾아온다. 물론 짝사랑이다. 오빠가 소속된 밴드의 보컬 스티브는 잘생긴 외모로 또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스티브는 돈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그녀는 첫사랑에 마음 앓이 한다.

설상가상, 불량 소년 브랜든은 시험 기간에 돈의 답안지를 커닝하려다가 실패하고 그가 고자질했다는 이유로 그를 협박한다. 브랜든의 여자친구 로리타까지 나서서 돈을 괴롭히는 상황. 돈은 계속해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가운데 의외의 사건이 일어난다. 그토록 미워하던 동생 미시가 실종되고 만 것이다. 돈은 충격을 받은 가족들 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는다.

최하나 감독이 인생 영화로 꼽은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사진=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스틸컷]


"당시 저는 웹 서핑을 잘 못 해서 새로운 영화에 관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거든요. '새로운 영화를 알고 싶다'라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연히 영화 잡지 씨네21에서 평론가·기자들이 뽑은 베스트10 기사를 읽게 됐어요. 처음 보는 영화가 매우 많았고 궁금해졌죠. 공책에 영화 제목을 옮겨 담고 나중에 따로 찾아봤어요. 그중에서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그 무렵,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고 비범한 작품이었어요."

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미국 뉴저지 교외 지역에 사는 왕따 소녀의 성장통을 다루고 있다. 한 인물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지만, 영화는 친구들의 연대나 어떤 기념비적인 사건도 없이 인물이 겪는 어두운 현실을 냉정하게 담아낸다. 주인공 돈에게 어떤 해결책이나 위로를 전하지도 않지만, 오히려 그 현실적인 시선이 영화를 더 솔직하게 느껴지게 한다.

"저도 이런 걸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블랙 코미디 중에서도 가장 고약하고, 용감하면서 동시에 다정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1996년 선댄스영화제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 국제예술영화관연맹(C.I.C.A.E.)상,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신인연기상(헤더마타라조)을 수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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