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정부 경협으로 한중 양국 새로운 발전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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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진웅 주칭다오 대한민국 총영사관 총영사
입력 2019-06-1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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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칭다오 대한민국 총영사관 총영사 박진웅-

 

[박진웅 총영사]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을 받아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중 양국 간 경협 주체의 다양화와 협력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올해 5년 차에 들어서면서 후속 협상이 추진되고 있는데, 후속협상도 글로벌 환경에 영향을 받아 서비스 시장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의 구체화 그리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주체의 다양화가 핵심 사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협력 주체 다양화의 관점에서 보면, 향후 한·중 협력은 다양하고 전문적인 그룹 간 협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는데, 그중에서도 지방정부 간 경제협력은 한·중의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협력 플랫폼이 될 수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 산둥성과의 협력은 한·중관계에서 중요한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최근 산둥성이 한국 지방정부와 함께 추진한 협력 방안이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어 그 의미가 새롭게 부여되고 있다.

산둥성이 한국 지방정부와 추진하고 있는 협력은 지리상으로 최단 거리에 있는 인천광역시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협력방식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본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어 양국 중앙정부의 지원과 법률적 안정을 동시에 얻고 있다. 한·중 FTA 출범 후 양국은 2015년 2월 25일 인천경제자유구역(IFEZ)과 산둥성 웨이하이시(威海市)를 한·중 FTA 경제협력시범지구로 선정하였고, 협력 범위를 무역·투자·서비스·관광 등으로 확대하여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인천과 산동성 웨이하이시는 올해 3월, 4항 연동 협정을 체결하였다. 4항 연동은 인천과 산둥성 웨이하이시가 보유하고 있는 항공(공항)과 해상(항구) 인프라를 연동하여 양국 기업에 무역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물류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양국 경협에서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인천은 전 세계 항공과 해상 교통의 중심지이고 산둥성은 중국 대륙에서 유라시아로 들어가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에, 양 지방정부 간 협력은 동북아 물류 발전의 새로운 협력 방식으로 제시될 수 있으며, 중국에서 우리의 물류 시장을 확대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산둥성은 중국 대륙에서 동서남북으로 연결되는 물류 핵심 지역이기 때문에 산둥성 공항·항구와의 통관 협력이 실현되면, 기업의 물류가 동으로는 일본, 서로는 중국 대륙을 통해 유럽, 남으로는 동남아, 북으로는 몽골·러시아로 진출할 수 있어 물류 기능이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인천과 산둥성이 현재 추진 중인 RFS(Rood Feeder Service)가 완성되면 양국의 화물 트럭이 배로 직접 이동할 수 있으며, 우리 화물을 중국 전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물류인프라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논의되었다고 하는 것은 한·중 경협관계의 협력 주체 다양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산둥성이 한국과 추진하고 있는 협력 전략을 과거와 비교해 보면 산업 변화의 큰 줄기를 알 수 있는데, 산둥성은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전략적으로 추진 중에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산둥성이 제시하는 정책 방향에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궁정 산둥성 성장은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과 산둥성 간의 우호협력 관계는 튼튼한 기반 위에 긴밀한 관계를 갖고 발전하였다"면서, 향후의 협력 방향으로 물류기지 협력과 이에 따른 역할 수행을 새롭게 강조하였다. 산둥성의 물류기지 역할 강조는 중국 중앙정부가 추진 중인 일대일로 전략에서 산둥성이 전력을 다해 추진 중인 물류산업과 물류기지 강화 전략을 한국과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협력 제시로서, 과거 포괄적 범위의 협력 주창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 기업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유라시아 대륙 진출의 핵심지역인 산둥성과의 물류협력은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물론 변화하고 있는 중국의 새로운 산업과 선도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 협력 시기를 볼 때 매우 시의적절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산둥성은 향후 미래 발전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서비스 시장부문에서의 한·중 협력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산둥성은 현재, 산업의 급속한 조정을 진행 중인데, 조정의 핵심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을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하고 서비스 산업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중국 전체로 볼 때 중국 서비스 무역의 규모는 2011년 4471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서비스산업의 중국 총생산(GDP) 비중은 2011년 44.3%에서 2018년 52.2%로 증가하여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비스 무역이란 다양한 무형의 지식과 권리를 시장에서 교역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공연 콘텐츠·저작권·프랜차이즈 상표 등의 상호 교역이 모두 여기에 해당하며, 중국에 비해 한국산업은 이 분야에서 월등한 비교우위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산둥성은 서비스 무역의 협력 대상으로 한국을 선호하고 있다. 산둥성 칭다오시 멍판리 시장은 지난 5월 방한하여 문화기업을 만나 ‘글로벌 트렌드 시티 프로젝트’와 ‘한·중 문화교류 협력사업’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협력을 제의했다. 칭다오시의 이러한 제의는 시가 강화하고 있는 창조적 브랜드의 기능을 한국에 알리기 위한 것으로, 제조 산업에서 벗어나 서비스 산업을 통해 산업발전을 추진하려는 산둥성의 강한 의지가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산업 변화 속도를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산둥성은 제러미 리프킨이 예측한 ‘소유의 종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증거의 도시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이 접속의 시대를 열고, 다양한 서비스의 접촉으로 소유의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는데, 산둥성은 공유경제의 현실화를 통해 소유의 종말을 보여주고 있다. 산둥성의 공유경제는 전기자동차의 공유, 전동자전거의 공유, 배달원의 공유 등으로 시장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이끌고 있는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기술은 하루하루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산둥성의 이러한 산업 변화는 한국과의 협력 확대와 우리 기업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으므로, 기술과 아이디어를 앞세운 우리 기업과 산둥성과의 협력은 중국 내수 시장은 물론 제3시장으로의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산둥성은 한·중 양국이 수교를 맺기 전인 1990년부터 골든브리지호를 운항하는 등 한국과의 교류를 선도했고, 한국 기업의 이전, 사드갈등 등의 산업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서도 지속적인 신뢰를 통해 특수한 한·중 협력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글로벌 환경의 변화 가운데 새로운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지방정부 간 협력을 통해 한·중관계의 발전을 희망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1시간이면 도착하는, 한국과는 가장 가까운 거리가 한·중 협력의 축복받은 상수조건이라면, 그 다음 단계에서의 협력 방법은 시대에 맞게 다양하게 추진되고 변화되어야 한다. 한국과 산둥성 간의 협력은 이러한 특수한 관계를 바탕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자율과 유연함이 한·중 협력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변화하고 한·중의 시장이 변화되었다면, 그 시장을 이끌어 가는 주체도 변화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그간 진행되어 왔던 한·중 간의 협력 가치를 배경으로 지방정부가 새로운 협력의 주체가 되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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