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도시의 허파' 도시공원을 지키는 국가 역할 선언을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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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9-06-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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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봉문 목원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최봉문 목원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1999년 헌법재판소 불합치 판결로부터 시작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실효규정'은 당시부터 해제가 되지 않도록 하거나, 해제에 따른 부작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 이를 연구하는 보고서나 연구 논문들도 활발히 발표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해제가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아니었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니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만 반복되면서 실질적 조치는 마련되지 못했다. 그렇게 멀게 여겨지던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도 시행시기인 2020년 7월도 이제는 1년밖에 남지 않게 됐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은 스스로 결정했던 도시계획 시설들을 정해진 기한 내에 해결할 수 있는 재정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를 사전에 조정하는 도시계획 결정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아직까지 국가가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기를 기다리는 실정이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는 어쩔 수 없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해제에 따른 문제들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공원은 도시계획시설 중 도시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시설부지 면적도 크며, 이를 집행하기 위한 예산규모도 막대해 도로와 함께 중요한 시설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함께 지적하는 공통된 불만은 중앙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지자체에 맡겨놓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국가가 해제예정시기를 단축해 지자체를 압박하거나, 토지소유주에게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해제요구권을 부여하는 등 정책들을 발표해 혼란을 주기도 했다.

이번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장기미집행 공원을 지키기 위한 정책발표는 이런 측면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전체 실효대상 공원부지 중 약 25%에 해당하는 90㎢ 규모 국·공유지는 실효를 10년간 유예해 도시공원 기능을 유지시킨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오랫동안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해온 사항을 정부가 수렴한 결과다.

다만 10년 뒤에 유예 연장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도시공원 기능 보호와 지속성을 위해서는 국·공유지는 일몰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또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단축하거나 수용 재결 절차를 단축하는 조치 등은 검토가 선결돼야 할 사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은행에서 재정여건이 어려운 지자체 공원부지를 우선 매입·비축하고 지자체가 장기간에 걸쳐 분할 상환토록 해 재정여건이 어려운 지자체를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도 발표됐다. 이번 발표 중 가장 직접적으로 공원부지 매수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미 부채비율이 높은 LH가 재정적인 부담이 높은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현실성과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있을 수 있고, 토지은행의 역할에 대한 제도 보완도 검토돼야 한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단순히 지정된 도시계획시설로서 도시공원을 그대로 지켜가겠다는 행정적 주장보다는,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환경적인 필요성을 인식하고, 시민·환경단체·지자체가 공동으로 요구하는 정부 역할을 재인식하여 도출된 제안이다.

특히 도시공원과 관련된 다양한 부처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어려운 결정을 도출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또 정부는 도시공원 가치를 휴식이나 레저·녹지공간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미세먼지로부터 국민들의 허파를 지키는 생명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물론, 황폐해지는 도시공간 속에서 녹색의 환경을 지켜 후대의 시민들에게 남기겠다는 등 스스로 역할을 찾아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책이 실천을 위해 요구되는 제도 개선이나 재원 확보 등 후속 조치를 통해 지자체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재산권 제약을 받아온 토지소유주들의 불만도 해결하면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환경이 지켜지기를 희망하는 시민들과 시민단체들로부터 지속적인 지지를 받는 좋은 정책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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