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인터뷰] 김명자 과총 회장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제조업 중요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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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19-05-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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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십·신뢰의 실종…정책과 과학자 사회 간 커뮤니케이션 필요"

  • 2년간 과총 이끌며 '열린 회장실'로 소통

  • 미세먼지·플라스틱 등 국민 생활 맞닿은 이슈 포럼 주목

"4차 산업혁명의 제조업은 서비스업과 융합한 새로운 형태가 될 것입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은 28일 과총회관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리더십의 실종'이라는 사회적 과제 해결부터 촉구했다.

과학기술계 원로로 꼽히는 김명자 과총 회장은 환경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내고 현재 여성 최초의 과총 회장을 맡고 있다. 화려했던 커리어만큼 다양한 현안들을 헤쳐 왔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제조업 혁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명자 과총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계의 중요성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의 대전환··· "리더십 실종 해결은 사회적 과제"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된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12월 5G 주파수를 송출하고 지난 4월 3일에는 스마트폰 기반 5G 상용화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인 정보통신부는 1994년 직제개편을 통해 탄생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분리해 집중적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이는 산업화에서는 따라가는 입장이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취지에서다. 그 결과 한국은 'IT강국'이라는 위상을 얻었다.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고 국민의 대부분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 "디지털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4차 산업혁명 발원지인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미국의 '디지털 레볼루션'은 제조업이다. ICT의 기반기술이 되는 기계산업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역시 경쟁력은 제조업에 달린 제조업 혁신"이라며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이 융합한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산업의 대전환이 일어나는 중차대한 시점에 리더십이 방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신산업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규제 혁신이 성공의 열쇠로 꼽히는 만큼 정책 결정자와 과학자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과학자 사회와 정책 결정자와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이 잘돼야 하는데 정치와 정책이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리더십, 권위, 신뢰의 실종이 극복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조언했다.

이른바 '가짜학회'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차기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지목됐던 조동호 카이스트 교수도 학회 관련 논란으로 낙마하는 등 부실학회 논란은 과학기술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과총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해 전문가회의와 토론회를 열어 연구비 집행의 부도덕성 등을 다뤘다. 그러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가짜 학회 논란으로 모든 과학자 커뮤니티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보는 것은 또 다른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과학자 개인의 모든 업적을 불량학회에 참석한 것만으로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은 풍토라고 토로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연구비를 이월해 쓸 수 있도록 정책의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해외 학회를 실적으로 쳐주는 문제의 소지를 없애, 사기성 있는 학회 문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연구비 집행 제도를 합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연구윤리는 첨단 분야의 기술이 기존 인간 윤리와 어떻게 상충되는지를 풀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과총에서는 과학자들의 윤리와 관련된 논란을 타파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과총 소속 모든 학회가 참여하는 '연구윤리헌장'을 논의중이다.

◆소통 강화·글로컬리제이션 주력··· 국민들에게 다가가려 노력

과총은 전임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1년 전 새로운 회장을 선출한다. 선출된 회장은 다음 임기를 넘겨받을 준비를 한다. 실질적으로 3년의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김 회장은 2016년 차기 회장에 선출됐고, 2017년 과총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그가 제시한 목표는 다섯 가지로, △열린 과총 △과학기술 창의성을 살린 지원 사업 △소통 강화 △따뜻한 과총 △초연결 글로컬리제이션이다.

특히 환경부 장관 시절부터 소통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3년 8개월 동안 환경부 장관을 지내면서 낙동강 상·하류 지역 간 난제였던 4대강 수계 특별법을 제정했다. SNS가 발달되지 않았던 당시, 직접 편지를 써가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현장에서 함께 소주를 나눠 마시며 소통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소통 DNA는 과총에서도 이어졌다. 김 회장은 매달 대의원단 1000여명에게 과총이 어떤 일들을 진행했는지를 커버레터로 만들어 보내고 있다.

김 회장이 직접 과총 홈페이지 메인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열린 회장실'을 통해 기고글을 올리기도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1·2·3차 산업혁명의 과정을 조망하는 '역사 속의 산업혁명과 이즘(ism)의 형성: 4차 산업혁명시대 전망' 글은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국민들의 관심거리인 미세먼지 국민포럼과 플라스틱 이슈포럼으로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과총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미세먼지 포럼의 경우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매번 250~300명의 청중이 모여든다. 오는 6월 3일 3회 포럼을 앞뒀다.

김 회장은 "환경부 장관 시절에도 공기 질 개선을 위해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도입, 수도권 대기질 특별대책이 주 업무였는데 과총 회장이 됐더니 나를 따라온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글로컬리제이션(세계화와 현지화의 동시 추구)을 위해서는 지역 과협(과학기술자협회) 사업을 늘리는 동시에 재외 과협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기존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는 설명이다. 젊은 층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예산을 확충하고 지역 과협과 재외 과협을 접목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도 제작했다.

◆열정·헌신·정직으로 과학기술계 소명의식 강조

의욕적으로 과제를 추진하면서도 따듯함은 잃지 않았다. 김 회장은 과총회관을 관리하는 용역회사 직원들과 식사를 한다. 과총이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 만큼 각자 위치에서 실험, 교육에 바쁜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어야 운영된다. 이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 것도 과총 회장의 역할이다.

김 회장은 과학기술계 원로임과 동시에 최초의 여성 과총 회장이기도 하다. 그만큼 여성 과학자들의 멘토로 꼽히는 인물이다. 2012년에는 여과총 회장을 지내는 등 여성 과학자들의 위상 강화에도 힘써왔다.

김 회장은 "후배들에게 여자들끼리 모여서 얘기하지 말고 남성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변화가 일어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여성만의 주제에 머물지 말고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과학기술연차대회의 주제는 김 회장이 직접 제목을 붙였다. 그가 붙인 제목은 '대한민국 미래 과학기술에 달렸다'로, 국가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저력을 튼튼히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치권은 물론 과학기술계에 공통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다.

김 회장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열정·헌신·정직"이라며 "과학기술계도 소명의식을 갖고 헌신적으로 나가자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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