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냐 안주(安住)냐, 콘텐츠 업체들 기로에 서다

강일용 기자입력 : 2019-04-15 14:06
디즈니·뉴욕타임즈·포스트 등 유력 콘텐츠 제공사, 플랫폼 업체에서 나와 독자 행보 변화의 시기, 혁신이냐 안주냐 기로에 선 콘텐츠 업체들

팀 쿡 애플 CEO가 뉴스+ 등 애플의 신규 구독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최호섭 IT칼럼니스트]

플랫폼 업체들에게 당하고(?)만 살던 콘텐츠 업체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디즈니,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콘텐츠 제공사(CP)들이 시장을 장악한 IT 플랫폼에서 자사 콘텐츠를 빼고 독자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키마우스·겨울왕국·어벤저스 등으로 유명한 콘텐츠 제국 월트디즈니컴패니(디즈니)는 자사의 모든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Disney+)'를 오는 11월 시작한다. 기존에 협력하던 업체인 넷플릭스와는 올해 계약을 종료하고 자사의 모든 콘텐츠를 뺀다. 다른 업체에 제공하던 콘텐츠도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25일(현지시각) 애플은 모든 뉴스, 잡지 등을 한 군데에서 모아서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 '뉴스 플러스(Apple News+)'를 선보였다. 많은 미국의 유력 매체가 이 서비스에 참가했지만, 미국의 양대 매체인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는 참가하지 않았다. 두 매체는 향후에도 참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IT 업계에서 플랫폼 업체의 힘은 막강하다. 이들은 온라인 유통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한 후 콘텐츠 업체들에게 영향력을 회두르고 있다. 이동 수단(차량)을 중계하는 플랫폼인 우버는 다음달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계획인데, 기업가치가 약 1000억 달러(약 1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 업체인 제네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의 기업가치를 합친 것과 대등하다. 생긴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플랫폼 업체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자동차 생산 기업을 크게 추월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멀리 갈 필요없이 국내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다음)는 기자를 단 한명도 고용하지 않고 있지만, 뉴스 유통 플랫폼의 역할을 함으로써 KBS, 조선일보 등 전통 언론사보다 사회 영향력이 더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방,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플랫폼 스타트업도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많은 콘텐츠 업체들이 자사의 콘텐츠를 하나라도 더 이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플랫폼 업체에게 기대고 있다. 플랫폼 업체가 '갑'이고 콘텐츠 업체가 '을'이 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플랫폼 업체는 1~2개에 불과한데 콘텐츠 업체는 수십, 수백개가 넘으니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

콘텐츠 업체라고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실패했다. 처음에는 플랫폼 업체의 영향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가, 순식간에 시장을 점령당한 후 부랴부랴 대응책을 세우는 것까지 닮았다. 물론 나중에 세운 대응책도 별 다른 대책이 되지 못했다.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콘텐츠 업체들이 실패하는 이유를 딱 한 가지로 요약한다. 사용자 편의성이 턱 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업체들은 사용자 편의를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는데, 콘텐츠 업체들은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사용자 편의성을 외면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시장 상황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10년에 걸쳐 고배를 마신 끝에 콘텐츠 업체들도 나름 해법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양질의 콘텐츠'로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사용자 편의성'이라는 부족한 점은 플랫폼 업체들에게 배웠다.

디즈니는 지난 10년 동안 픽사, 20세기폭스, 마블코믹스, 루카스아츠 등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를 지속적으로 인수·합병했다.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해 미국 방송과 OTT의 고절적 문제인 지나친 광고를 제거한 신규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다. 양질의 콘텐츠가 사용자 편의성을 만난 대표적 사례다.

뉴욕타임즈는 자사의 독점 콘텐츠를 광고없이 구독할 수 있는 온라인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31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구독 중인 이 온라인 구독 서비스의 급성장 덕분에 종이 신문 매출 부진을 극복하고 제 2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에게 인수된 이후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꾀하며 구독자수를 늘려나갔다. 한때 뉴욕타임즈를 능가하는 구독자수를 확보하는 등 관련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모든 콘텐츠 기업이 세 회사를 따라할 수는 없다. 이들의 도전과 혁신 뒤에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자본력이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이 콘텐츠 기업들의 미래상(像)을 제시한 것만은 분명하다. 플랫폼 업체가 제공하는 달콤함에 취해 안주할 것인가, 양질의 콘텐츠와 사용자 편의성이라는 혁신을 추진할 것인가. 많은 콘텐츠 기업이 지금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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