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팔 게 없다'던 일본 방산… 투자자들은 왜 먼저 샀나

  • 방산주 급등·수익률 개선·국가 주도 재편론 확산


  • 드론·AI까지 가세… 관건은 가격·납기·양산 능력

왼쪽부터 리처드 말레스 호주 국방장관 이토 이사쿠 미쓰비시중공업 최고경영자CEO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지난달 18일 모가미급 구축함 계약을 체결한 후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왼쪽부터) 리처드 말레스 호주 국방장관, 이토 에이사쿠 미쓰비시중공업 최고경영자(CEO),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지난달 18일 모가미급 구축함 계약을 체결한 후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아직 공장이 증설된 것도, 대형 무기 수출 계약이 잇따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시장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봄 일본 증시에서 가장 눈에 띄게 달아오른 종목은 미쓰비시전기다. 3월 말부터 오르기 시작한 주가는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에어컨과 엘리베이터로 더 익숙한 이 회사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은 방공·우주 기술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세대 방공망 '골든돔' 구상과 일본의 광역 방공 강화가 맞물리면서, 미쓰비시전기의 관제 레이더와 방위·우주 기술이 새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투자자들이 사는 것은 현재의 일본 방산이라기보다, 방위비 증액과 수출 규제 철폐, 세계 군사비 증가가 맞물린 이후의 일본 방산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5년 세계 군비 지출 규모는 전년보다 2.9% 늘어난 2조8870억 달러(약 4325조원)로 사상 최대였다. 지정학 리스크가 커질수록 방위장비 수요가 늘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닛케이는 중공업 3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지난 6년간 14배 넘게 늘어, 같은 기간 순이익 증가폭의 5배를 웃돌았다고 전했다.

돈이 몰리는 배경에는 수익 구조 변화도 있다. 일본 방산은 오랫동안 '돈이 안 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방위성은 2023년도부터 방위장비 조달업체의 예상 영업이익률을 약 8%에서 최고 15%로 끌어올렸다. 물가·품질 개선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기 쉬워졌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새 조건으로 수주한 계약이 2026회계연도까지 약 90%로 늘어 채산성 개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재편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일본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처럼 방산만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전업 대기업이 없다. SIPRI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방산 매출 비중이 90%에 달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20%에 못 미친다. 방산 부문이 대기업 안에 흩어져 있어 투자와 인력 배분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이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에서도 나온다. 하마다 야스카즈 전 방위상이 이끄는 연구회는 2025년 말 항공기·드론·미사일 부문을 민간기업에서 분리·통합하자고 제언했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흩어진 방산 역량을 한데 묶어 품질과 수익성, 규모를 갖춘 '방산업계의 도요타' 같은 대표 기업이 등장하는 일이다.


전통 방산업계 밖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드론 스타트업 테라드론은 러시아의 자폭 드론 '샤헤드'를 추격·요격하는 영상을 4월 공개했다. 이 회사의 '테라 A1'은 1기당 50만 엔(약 473만원) 이하로 한 발에 수천만~수억 엔이 드는 기존 요격 미사일보다 비용 부담이 크게 낮다. 방위장비청은 지난달 방산과 거리가 멀던 스타트업·벤처캐피털 약 100곳을 불러 모아 1년 넘게 걸리던 조달 절차를 단축하는 '패스트패스 조달' 제도를 알렸다. 방산의 무게중심이 '중후장대' 제조업에만 머물지 않고 드론·AI·로보틱스 기업으로 넓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주가 상승과 제도 변화가 곧바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 방산이 가격과 납기, 대량 생산 능력에서 한국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해외 수요가 늘지 않으면 규모의 경제는 생기지 않고 공장과 협력업체, 숙련 인력을 다시 확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드론·AI 기업의 진입도 호위함과 전투기, 미사일을 생산하는 중후장대 기반을 대체할 수는 없다. 다만 규제는 풀렸고, 정부는 수익 구조를 손보며, 투자 자금도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시해야 할 것은 오늘의 일본 방산이 아니라, 이 변화가 누적된 10년 뒤의 일본 방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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