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③] 추신수, 이치로의 열정과 주52시간 근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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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前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실장
입력 2019-01-3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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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즈키 이치로(46․시애틀 매리너스)는 1991년 일본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41위로 유니폼을 입었으나 10년간 통산 최고 타율(0.353), 7년 연속 타격왕의 눈부신 활약으로 메이저리그(ML)에 진출했다. ML에서 거둔 성적은 더 놀라웠다. 2001년부터 18년간 ML 최초의 ‘3000안타-500도루-10차례 골드글러브 수상’에 이어 ML 현역 최다인 3,089개 안타를 기록중이다.

ML 역사상 최고라고도 칭송받는 그의 쉼없는 안타제조 비결은 무엇일까. 365일중 단 사흘만 쉬고 끊임없이 훈련하는 무시무시한 ‘야구 열정’이다.

지난해 52경기 연속 출루의 대기록에 개인 첫 올스타 선정의 영광을 안은 추신수(37․텍사스 레인저스). 그는 2014년 ‘FA(자유계약선수) 대박’으로 7년간 무려 1억 3천만달러(약 1461억원)를 벌어들이는 스포츠 갑부가 됐지만, 여전히 다른 선수보다 30분 일찍 야구장에 출근하고 30분 늦게 퇴근하는 연습 벌레다.

매년 2,3월에 열리는 스프링 캠프때는 더 열심이다. 매일 새벽 4시30분에 훈련장엘 나가 어쩌다 새벽 5시에 나온 감독을 놀라게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말한다. “미리 준비하고 기다리면 내가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난해 7월부터 시행중인 주52시간 근무제는 경제 지형은 물론 직장인의 생활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오후 6시 칼퇴근’이 일상화돼 서울 도심 광화문 일대는 6시30분만 돼도 썰렁한 느낌이다. 퇴근을 잠시 미루고 잔무를 처리할라 치면 노조원들이 사무실을 다니며 퇴근을 종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들의 ‘저녁이 있는 삶’이 마침내 실현됐지만, 한편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거의 없는 국가에서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승부를 해야 된다고 수많은 경제-경영 전문가와 기업 CEO들이 그간 강조하지 않았는가.

‘한강의 기적’을 이룬 건, 국내 제조업체에서든 ‘중동 열사의 땅’에서든 근로자들이 피와 땀을 이룬 덕분이다. 50대 이상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야근을 밥먹듯이 했다. ‘남보다 30분 일찍 출근하고 남보다 30분 일찍 퇴근해야 성과를 이루고 승진을 빨리 한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듯이 들으며 일해 왔다.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 근무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과연 얼마나 지킬수 있을까.

창의적인 생각은 우리가 골몰할 때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들 속에서 솟아난다.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비누 거품을 가지고 놀다가 우주가 팽창한다는 이론을 생각해냈고, 뉴턴의 경우도 사과나무 아래에서 쉬다가 중력의 이론을 생각해내지 않았던가? 세상을 뒤집고 있는 구글, 넷플릭스, 인스타... 주 52시간의 안정된 근무만으로는 절대 이룰수 없다.

한국 농구 역대 최고의 슈터로 꼽히는 이충희는 인천 송도고 시절, 불꺼진 체육관에서 홀로 슈팅 연습을 하며 슛 감각을 익혔다고 한다. 만약 일반 선수들처럼 정규훈련만 하고 귀가했다면 최고 슈터의 금자탑을 쌓을수 있었을까?

전기차 개발의 선구자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일주일에 80시간은 일해야 한다”고 최근 인터뷰에서 밝혔다.

연장 근무가 힘들 정도로 근무 시간이 제한된다면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가서 이치로나 추신수처럼 뼈를 깎는 ‘개인 훈련’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시대가 됐다.

스포츠 칼럼니스트/前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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