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 ① 이에리사 ‘13구 공격’과 경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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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前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실장
입력 2019-01-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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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리스트]



이젠 집 근처에서 탁구장을 찾기란 ‘서울 밤하늘에서 별보기’처럼 어렵게 됐지만, 나이가 60세 이상인 경우 도시에 살았든 시골에 살았든 동네 탁구장에서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서비스 넣을 때 다들 어떠했나? 탁구 초보자는 서비스를 상대방 테이블에 떨어뜨리는 데만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기술을 조금 익히면 5구, 7구까지 가는 능란한 솜씨를 갖추게 된다. 엘리트 탁구인들은 어땠을까?

이에리사(65)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후 구기 종목 출전 사상 처음으로 세계를 제패한 ‘사라예보의 여왕’이다. 그는 1973년 4월 9일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두차례의 단식과 박미라와 조를 이룬 복식에서 승리함으로써 혼자 3승을 따내 우승을 쟁취, 대한민국의 투혼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

이에리사는 여자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강력한 드라이브를 구사했다. 주무기는 루프 드라이브. 공의 아랫면에 라켓을 마찰시키며 휘감아 올리면 스핀에 걸린 공이 공중에서 잠깐 포물선을 그리다가 역회전이 풀리는 순간 쏜살같이 상대 코트에 내리 꽂히는 변칙 타법이었다.

이 루프 드라이브에 세계 최강 중국과 일본의 선수들이 모두 나가 떨어졌다. 이에리사는 서비스를 넣을 때 대부분 13구까지 계산하는 치밀한 공격법을 구사했다. 그러니까 12구까지 상대방을 거의 갖고 놀다가 13구째 루프 드라이브를 걸어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물론 13구 이전에 상대가 허점을 보이면 바로 드라이브 공격을 퍼부어 승부를 결정지었지만. 

느닷없이 46년전 이에리사의 루프 드라이브를 떠올린 건 요즘 논란이 되는 최저 임금제와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이다.

최근 2년 간 29%나 오른 최저임금제는 얼핏 근로자의 소득을 크게 증가 시킨 듯 하지만 최저 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못버틴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편의점 주인은 직원을 줄이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따르고 있다. 또 최저 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음식 값 등 물가 상승을 부추겨 ‘봉사 제닭 잡아먹은 꼴’이 됐다.

사회생활 1,2년만 해도 인지할 수 있는 이런 단편적인 정책과 조치는 어떻게 나왔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책 수립과 시행의 파장을 계산하는 이들이 정부 내 없기 때문이다.

정책은 단순하지 않다. 결과와 파장을 정교하게 계산해야 하는데도 한치 앞만 보는 단견과 졸속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 현장을 혼란케 하고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책 입안자들은 탁구 초보자처럼 서비스 넣기에만 급급해 13구는 커녕 5구,7구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에리사의 특강이라도 들려줘야 할까? 국가 경제를 멀리 내다보는 ‘13구 공격’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편집자注] 오늘부터 매주 선보이는 ‘스포츠 으로 경제보기’는 각종 경제계 이슈들을 스포츠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례에 비춰 쉽게 풀이해 드립니다. 필자인 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는 매일경제, 스포츠조선 등 23년간의 기자생활에 이어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 승리애드컴 부회장을 거치며 스포츠와 경제계 현장을 두루 누빈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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