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2] 대통령 연임제 개헌 시급한 열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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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18-12-1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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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선의 행위 동기 부여, 세계 보편적 제도, 레임덕 최소화 등 장점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제도가 먼저다 -강효백

세상에 돈 벌 것 천지인데 사람들은 돈 없다고 한탄만 한다. - 정주영
세상에 고칠 법 천지인데 사람들은 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한탄만 한다. - 강효백

흔히들 “법이 아무리 좋으면 뭐해, 법을 다루는 사람이 나쁘면 말짱 헛거”라고 말한다.
상당수는 이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사람이 그렇게 하도록 놔둔 법 자체가 나빠서 그런 거다.
멍청아. 문제는 법이야! 법은 고치라고 있다.



하늘 높이 치솟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하로 내려가고 있다. 일곱 번째 5년 단임제 대통령 문재인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까?

필자는 설령 세종대왕과 광개토대왕이 다시 태어난다 하더라도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현행 헌법 아래에서는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4년 연임제(1회한) 개헌(1)*을 서둘러야 한다. 그 열 가지 이유를 들겠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첫째, 연임제는 성공한 대통령을 가능하게 한다. 연임제는 대통령에게 최선의 행위를 유도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잘하면 8년, 못하면 4년’ 이번에 잘해야 다음에 또 뽑아주리라는 기대에 최선을 다하게 한다. 단임제의 유일한 장점으로 알려진 독재방지는 대단한 착각이다. 평가받을 수 없는 권력은 자의적으로 행사되기 마련이다. “이래도 5년, 저래도 5년, 딱 한 번 5년, 아무리 길어도 5년.” 단임제는 오히려 독선적인 ‘제왕적 대통령’ 또는 무책임한 ‘먹튀 대통령’를 낳는 원흉이다.

둘째, 절차적 민주주의 확립으로 단임제 필요성이 사라졌다. 1987년 26년간의 군부독재를 물리친 6월 민주항쟁의 요구는 대통령 단임제가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였다.

군부세력은 6년 단임제, 민주세력은 4년 중임제로 의견이 엇갈렸으나 군사독재의 장기 집권과 연임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면서 5년 단임제로 타협이 이뤄졌다. 그러나 5년 단임제로 7회의 선거를 치르면서 장기 집권의 위험성이 사라졌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단임제를 고수할 필요가 없어졌다.

셋째, 연임제는 세계 보편적 제도다. 대통령 연(중)임제는 2018년 12월 말 현재 세계 대통령제 102개 국가중 미국, 러시아 등 96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단임제 국가는 한국, 필리핀, 멕시코, 볼리비아, 온두라스, 파나마 등 6개국. 하나같이 정치 후진국들뿐이다. 우리는 정치⋅경제⋅사회⋅문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것을 벤치마킹하면서도 초강대국 미국이 낳은 통치구조 시스템 중 최고 명품으로 평가받는 중(연)임제는 왜 안 따르는지, 그와 거꾸로 1회성 정부가 펼치는 1회성 정책에 경제가 이리저리 흔들려온 정치 후진 약소국들 하고 왜 같은 멍에를 쓰고 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넷째, 새 시대에 맞는 새 틀이 필요하다. 단임제를 실시한 후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이 지날 동안 국제정세와 국민의식 수준은 경천동지의 대변화를 겪어왔다. 중국은 1982년 헌법을 전면 개정한 이래 올해 3월 개헌을 포함, 5번이나 뜯어 고쳐왔다. 일본도 국제 사회의 초강대국으로 부활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개헌 움직임은 21세기 태평양 시대 중심인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전략이다. 그런데 우리만 여전히 30여년 전 가설한 20세기 낡은 틀에 스스로 옭매여 있으려는가?

다섯째, 레임덕(lame duck, 절름발이 오리)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단임제는 취임 당일부터 레임덕에 빠져들게 되는 불량시스템이다. 임기 3~4년차에 이르면 대통령은 마치 대입 수능을 망친 고3이 막연히 졸업식 이후를 기다리는 것처럼 어둡고 길게만 느껴지는 2~3년간의 잔여임기를 보내게 되는 현상의 악순환이 이뤄진다. 한 마디로 국가적 비극이다. 반면, 4년 중임제(1회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의 예를 보더라도 1기 4년 전 기간과 2기째의 2~3년간, 즉 대통령 임기 대부분을 레임덕이 아니라 '마이티 덕(mighty duck,강한 오리)'으로 국정 최고책임자의 직무를 활발히 수행해 왔다.

여섯째, 5년마다 악순환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언제나 신정부 1년, 2년차는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전임정권과의 단절, 구악 청산, 또는 정치보복으로 밤낮이 없다. 전임으로부터 이어받을 것을 이어받고 새로 시작할 것은 시작하여야 할, 귀한 세월을 헛되이 보내놓고 임기 3년차에 이르기 전 레임덕에 빠져 허덕인다. 우리는 이 짓을 벌써 7번이나 반복하고 있으며 또 반복하려 하고 있다. 믿기지 않으면, 아니 벌써 잊어버렸다면 지금으로부터 4~5년 단위로 거슬러 올라가 검색해보라, 악순환의 전례만 있고 그 예외는 없다.

일곱째, 차등임기제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의 오른쪽 다리 보폭은 50cm, 왼쪽 다리 보폭은 40cm라면 그의 걸음걸이는 얼마나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울까?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으로,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 (연임제한 없음)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 교체기에 있어 계획성 없는 갈등적 주기는 평화적 정권교체에 따른 공백기를 가중케 하고 있다. 세계에서 대통령 단임제를 택한 나라 가운데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20년 만에 한번 마주칠 만큼 엇갈리는 헌법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참고로 멕시코는 대통령과 의회 모두 6년 단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여덟째,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 국정이 단막극도 아닌, 토막극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중장기 국책사업의 수립과 지속적 추진이 활성화된다. 장기 집권의 역기능 한 가지 부분만 피하려다 보니 우리 대통령 재임 가능 기간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짧아졌다. 온두라스는 4년 임기의 대통령 단임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짧은 재임 가능기간 5년 단임제 대통령에게 원대하고 지속 가능한 중장기 국가전략사업계획 수립과 그 실천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아홉째, 참여민주주의를 활성화한다. 단임제는 5년에 단 한 차례만 참여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자 국민은 5년 내내 대기업과 결탁한 대중매체와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여론조사업체의 지지도 조사에 일희일비하는 수동적 관객으로 전락한다. 그리하여 단임제는 국민의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국민에 의한 심판의 길을 처음부터 막아 민주적 정당성의 이념 그 자체를 훼손하고 있다. 반면 연임제는 국민에 의한 평가가 가능하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 자에 대해 재평가 하는 제도적 장치는 민주주의 정치의 본질적 요청이다.

끝으로, 과거를 계승해 미래를 여는 성공한 정권을 낳게 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게 하고 이전 정권에서 진행하던 것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한다. 현행 단임제는 정부가 국민 의사에 잘 반응하지 않게 된다. 여소야대 정부가 들어서면 그 상태가 더 심각하게 된다. 대통령 임기를 1회로 제한함으로써 국정 최고책임자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유임시키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 소지도 없지 않다. 반면 연임제는 전임을 계승하여 미래를 여는 성공한 정권을 낳게 할 수 있다. 늘 실패한 정권, 단절된 정권에 익숙해진 우리 국민에게 대통령 연임제 개헌은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주석

(1)*현직 대통령 임기내 연임제 개헌이 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다. 헌법 제128조 ②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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