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칼럼] ​글로벌 주가 하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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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경제칼럼리스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입력 2018-10-2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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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올해 1월 말에 이어 지난주에도 세계 주요국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가장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마저 지난 한 주 동안 3% 이상 떨어지면서 올해 상승분을 다 내주었다. 주가 하락은 세계경제의 확장 속도가 둔화되거나 침체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의 금융지수 정보제공 회사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c.)이 제공하는 주가지수에 따르면 세계주가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 세계 주가지수가 올해 들어 10월 26일까지 7.4% 하락했다. 선진국 주가지수는 5.8% 떨어진 데 그쳤지만, 신흥국의 주가지수가 18.9%나 폭락했다. 한국 주가(KOSPI)도 17.8% 떨어졌다.

1996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폴 새뮤얼슨이 “(미국) 주식시장이 지난 다섯 번의 경기침체 중 아홉 번을 예측했다”고 할 정도로 주가는 경기에 선행한다. 실제로 하반기 들어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이 각국에서 관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에 세계경제가 3.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7월 전망보다 0.2% 포인트 낮춘 것이다. 전망 기관의 과거 사례를 보면 경기 확장국면에서 뒤따라 경제 전망치를 올리고, 수축국면에서는 사후에 내리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주에 발표된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우선 한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2.0%로, 블룸버그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0.8%, 2.3%에 미치지 못했다. 성장 내용을 보면 투자가 경제성장을 1.4% 포인트 끌어내렸다. 그러나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1.7% 포인트로 높았기 때문에 지난 2분기 경제가 0.6%라도 성장한 것이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6.5%로 전망치 6.6%를 다소 밑돌았고, 2009년 1분기(6.4%)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향후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 부채가 GDP의 160%를 넘을 정도로 기업이 부실해졌고, 이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분기 미국 경제는 연율로 3.5% 성장해 전문가 예상치 3.3%를 웃돌았다. 현재 잠재성장률로 추정되고 있는 2.4%를 넘어선 높은 성장률이다. 그러나 지난 2분기 4.2%를 정점으로 점차 둔화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성장의 내용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1월 말 이후 건설업종 주가지수가 41%나 폭락한 것처럼 건설투자는 올해 들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고, 3분기에는 4.0% 줄었다. 수출이 3.5%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GDP의 69.5%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4.0% 증가해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가처분소득, 10년 국채수익률, 주가지수(S&P500), 주택가격을 설명변수로 해서 미국 소비함수를 추정해보면 주택가격이 10% 하락할 때 소비가 0.7% 정도 감소했다. 같은 비율로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소비는 0.1% 줄었다.

2016년 8월 3.44%(월평균)였던 모기지금리가 올해 9월에는 4.63%까지 오르면서 주택경기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주택 거래가 계속 위축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가격마저 떨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거품이 해소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지표인 소매판매·산업생산·비농업부문 고용을 설명변수로, 주가지수(S&P500)를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회귀식을 추정해보면, 2018년 9월 말 현재 주가는 경기를 27% 정도 과대평가하고 있다. 작은 충격에도 주가가 급락할 수 있는 이유이다. 미국의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36%로 높기 때문에 주택가격과 더불어 주가 하락은 현재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소비가 줄어들면 2009년 6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확장국면이 마무리될 수 있다. 1969년 이후 경기순환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주가지수 고점이 경기 정점에 2~11개월 선행했고, 경기 정점 이후 주가는 평균 11개월에 걸쳐 23%나 떨어졌다. 주식시장에 거품이 발생한 만큼 다가올 경기 정점 이후에는 주가 하락률이 평균 이상일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주가는 그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것을 예고해주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책당국이 재정 및 통화정책이라는 무기를 거의 다 써버렸다. 여기다가 금융위기 때 세계경제성장을 지탱했던 중국 경제마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2009년 세계경제가 1983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 다가올 경기침체는 그보다 더 깊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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