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이제는 정부가 규제혁신의 의지를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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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8-10-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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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정부가 거듭 신사업에 대한 규제혁신의 의지를 표명하자, 이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이낙연 총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연이어 규제혁신과 관련된 소신을 밝혔다. 이로 인해 계속 계류 중이던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사업에 대한 규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들 역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이에 따른 반발도 거세다.

택시업계는 지난 18일 새벽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을 결정한 이유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새로 출시한 카풀(Carpool·승차공유) 서비스가 도화선이 되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기업의 카풀 서비스가 골목상권 침해이며,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붕괴시킬 불법 자가용 영업 행위에 해당하고, 아무나 카플 드라이버가 될 수 있어 혹시 모를 범죄에 취약하다는 것이 택시업계의 논리이다. 이와 같은 카풀 서비스와 기존 택시업계의 대립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실제 국내에서 카풀은 금지되어 있다. 여객운수사업법 제81조를 통해 ‘자가용을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자동차의 급격한 증가로 교통정체가 빚어지자, 당시 서울시에서는 카풀을 활성화하기 위해 3인 이상 승차한 차량에 대해 일부 유료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해 주었다. 결국 1994년, ‘출퇴근 시간대’라는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카풀을 허용하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회사나 동료를 중심으로 시행되었기에 택시업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카풀 관련 스타트업인 풀러스가 2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확장을 하려 하자 택시업계는 거세게 반발하였고, 서울시는 수사를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시 올해 2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스타트업인 ‘럭시’를 인수하면서부터 택시업계의 반응은 더욱 예민해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카풀 서비스에 대한 규제혁신 문제를 해커톤(hackathon)의 첫째 문제로 상정하려 했었다. 해커톤은 IT업계에서 나온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마라톤과 같이 쉬지 않고 머리를 맞대어 해결하는 행사를 의미한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참여 독려에도 불구하고 이에 거부하며 9월에 있었던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불참하였다.

오히려 택시업계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파업이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1년 넘게 택시업계와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결국 협의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대화 한번 나눠보지 못하였다. 결국 서비스를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그 시기조차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부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공유경제 도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40만 택시산업 종사자와 시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택시사업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대립 시 혁신보다는 생존권을 중시하는 선택을 하였다. 정부가 주요 지지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갈등의 골만 더욱 깊어질까 우려스럽다.

카풀 서비스는 이미 전 세계적인 추세로, 우버를 비롯하여 디디추싱·그랩·고젝 등 여러 국가에서 카풀 서비스는 이미 뿌리를 내리고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 진행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우버를 제외하면, 디디추싱은 중국, 그랩과 고젝은 각각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시행되고 있는 카풀 서비스이다. 해외에서 역시 서비스 시행 후 기존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발생하였지만, 이를 해결한 것은 정부였다. 정부가 산업 형태를 새로 정의하고, 미비한 법을 개정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혁신적인 산업과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규제의 연속으로, 미봉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 카풀 서비스에 대한 허용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고려 중인 검토 방안이 운행횟수 제한과 카풀 드라이버의 직업유무 등 결과적으로 새로운 규제와 관련되었다는 언론 보도는 허망함만 안겨주었다. 규제를 완화하고 없애 달라는데 오히려 규제를 늘리려고 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애초에 문제의 발단은 관련법령 자체가 애매하다는 문제에서 출발하였다. ‘출퇴근 때’라는 것의 정의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유연근무제가 확대되는 시기에 보다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또한 유상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택시업계에서는 신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카풀 서비스가 이러한 법의 모호한 측면을 비집고 들어오려 한다면, 당연히 생존권에 대한 우려를 피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은 그간의 택시 승차 거부와 난폭운전 문제 등을 제기하며 생존권을 요구하는 택시업계를 두둔하지 않고 있다.

사회구성원의 동의를 얻지 못한 사업과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 파업을 통해 택시업계의 자정에 대한 목소리는 전에 없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카카오 역시 일방적인 진행보다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매조지할 수 있는 역할은 정부에 있다. 정부가 눈치만 보고 있어서는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 정말 정부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신사업에 대한 규제혁신의 의지가 있다면, 미래를 위한 소신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 이제는 정부가 규제혁신의 의지를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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