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좋은 IR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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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8-10-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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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대 한국IR협의회 회장

김원대 한국IR협의회 회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물건을 살 때 가장 먼저 얼마인지 묻는다. 다음에는 다른 물건과 비교해 가격이 괜찮은지, 내가 살 수 있는 값인지도 본다. 이처럼 가격은 구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주가는 실적이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수급(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만큼 주가는 다양한 분석을 수렴하는 최대공약수라 할 수 있다. 

주가는 기업가치(시가총액=발행주식 수×주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척도다. 그렇기에 주가는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투자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기업도 주가를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달 19일 A사 주가는 4만3900원, B사는 7만400원을 기록했다. 언뜻 보면 A사 주가가 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액면가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A사 액면가는 100원이고, B사는 5000원이다.

즉, 똑같이 액면가가 5000원이라고 가정한 환산주가는 반대로 바뀐다. A·B사의 환산주가는 각각 219만5000원과 7만400원이다. 액면가에 가려 비싼 주식이 싸 보이는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상장법인 액면가는 제각각이다. 일반 투자자는 주가를 한눈에 비교하기 어렵다. 신문에 나오는 주식시세표에는 회사 이름 뒤에 A, B, C와 같은 기호가 붙는다. A는 액면가 100원이다. B는 200원, C는 500원, D는 1000원, E는 2500원, F는 무액면, 그리고 표시하지 않으면 액면가 5000원이다. 보기에도 복잡할 뿐 아니라, 이를 염두에 두더라도 직관적인 비교가 쉽지 않다.

더 쉽게 비교하려면 환산주가를 활용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모든 상장종목에 대해 환산주가 순위를 날마다 발표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클 뿐 아니라 유동성도 풍부한 주식을 알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나아가 상장법인이 액면분할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신문 주식시세표부터 A, B, C 같은 기호 대신에 환산주가를 활용하면 어떨까. 환산주가가 최고 액면가인 5000원을 기준으로 삼는 바람에 위화감을 만들 수도 있다. 이참에 액면가를 낮은 가격으로 단일화해 투자 문턱을 낮출 필요도 있다.

물론 액면분할은 주가를 낮추는 대신 발행주식 수를 늘리기 때문에 기업가치(시가총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고액면가 주식이 액면분할을 하면 개인도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이러는 과정에서 거래가 늘어나기도 한다.

주식투자자 게시판에서도 격론이 벌어질 것이다. 미래 주가와 성장성에 대해 논하고, 배당금에 대해서도 얘기할 것이다. 투자수익이 개인투자자에게 더 많이 돌아가면 기관투자자 독점이나 국부유출 논란도 줄어들 수 있다.

더불어, 기업 입장에서도 우호주주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제품 마케팅이나 경영권 보호, 적대적인 인수·합병(M&A) 방어에 도움을 준다. 미국 상장법인도 수시로 액면분할에 나서는 이유다. 지금까지 월마트가 11회, 나이키가 6회, 애플은 4회에 걸쳐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액면분할은 대개 호재로 여겨진다. 주주친화 정책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경영 성과가 나아지지 않으면 주가부양 효과는 크지 않다. 기업은 경영 성과 개선에 나서는 동시에 기업설명회(IR)도 적극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IR은 놓치기 쉬운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 먼저 주가부터 비교하기 쉽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호주주 확보와 경영권 보호, 원활한 자본조달,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선순환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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