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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 재선거]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 절실… "국립대 정체성 회복해야"

조득균 기자입력 : 2018-10-20 16:52수정 : 2018-10-20 19:49
총장 예비후보 5명 압축… 정근식·강태진·남익현·이우일·오세정 오는 24일·26일 공개 소견발표 예정…내달 14일 최종 3인 선정 "땅에 떨어진 위상·신뢰 회복 위해 도덕·개혁성 겸비한 인물 필요"

제27대 서울대학교 총장 재선거에서 총장예비후보자 5명이 확정됐다. 남익현 경영대학 교수(왼쪽부터), 이우일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정근식 사회학과 교수,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강태진 재료공학부 명예교수. [사진=연합뉴스]


개교 72년의 서울대학교가 현재 제27대 총장을 뽑고 있다. 엄연히 말해 앞서 불미스러운 일로 홍역을 치른 뒤 재선거에 돌입했다.

정치인 출신까지 포함해 여러 명이 나섰고 그 중 다섯 명이 최근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는 내달 이 중 세명을 가리고 최종적으로 총장을 선임한다.

점차 본 궤도에 진입하는 서울대 총장 선거가 안정세를 띠기는커녕 석연치 않은 내분 양상을 보이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그야말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여 있는 서울대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땅에 떨어진 서울대의 위상을 회복하고 모두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그 해답은 개혁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는 지금 과감한 개혁의 드라이브가 절실한 시점이다.

◆'성희롱 의혹' 강대희 교수, 최종 후보 사퇴

몇 개월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 7월초 서울대 총장 내정자가 성추문에 휘말리자 자진해서 물러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자인 강대희 의과대학 교수가 성희롱 및 논문표절 등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채 총장 후보를 사퇴했다.

도덕성 논란이 일파만파 거세지자 강 교수는 그날 오후 '서울대 후보자 사퇴의 글'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강 교수는 "저의 부족함을 깨닫고 여러 면에서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저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심려를 끼쳐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제 입장을 밝힌다"며 "앞으로 서울대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로써 강 교수는 도덕성 논란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지 사흘 만에 스스로 사퇴했다. 총장 후보자들의 도덕성 검증이 중요한 점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앞서 강 교수는 서울대 발전을 위한 파격적 공약을 제시하며 총장 당선 기대감과 가능성을 높여왔다. 하지만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냈다.

서울대 2학년생 최모씨는 "최근 서울대 총장 후보자가 여덟 명에서 다섯 명으로 압축됐다"면서 "다섯 명의 후보자들은 이미 업무능력면에서 비슷한 수준의 자질을 갖춘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제는 도덕적·윤리적 자질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 서울대 총장 선거 본선에 진출한 후보자는 의과대학 강 교수를 비롯해 사회학과 정근식 교수, 경영대학 남익현 교수, 기계항공공학부 이건우 교수, 기계항공공학부 이우일 교수였다.

총학생회 한 관계자는 "당시 서울대 총장 선거를 보면 내부적으로 정책적인 측면에서 강대희 교수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정근식 교수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대내외적으로 서울대의 위상과 신뢰를 회복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예비후보 5人 압축... 눈길 사로잡는 공약은?

지난 9일 서울대 총장후보자 다섯 명이 확정됐다. 앞서 출사표를 던진 여덟 명 가운데 다섯 명이 '1차 관문'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강태진 전 공과대학장(66)을 비롯해 남익현 전 경영대학장(56), 오세정 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64), 이우일 전 연구부총장(64), 정근식 통일평화연구원장(61)이 제27대 총장예비후보로 선출됐다.

반면 김명환 자연과학대학 교수(64)와 최민철 수의과대학 교수(62), 박은우 농업생명과학대학교수(63)는 후보자 검증 결과 1차 평가에서 고배를 마셨다. 여기서 오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지난 3월 선거에 출마한 인사들이다.

총장 후보가 다섯 명으로 압축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들의 공약에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대 발전과 미래를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먼저 정근식 후보는 법인법 개정을 통한 국립대 정체성 회복 △관악캠 타운 조성 △HEST(의생명공학) 연구교육단지 조성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또 법인 발전기금을 확대 운용해 6500억원을 증액하는 재정안정화 전략도 드러냈다.

법인법 개정은 국립대학 제도적 완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세금‧재정‧재산 관련 국립대 지위를 회복하고 평의원회 대표성 강화와 정책기능을 확충하는 방안이다.

정 후보는 아울러 학생들의 입장과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예비후보자 정책간담회를 통해 "학생들의 참여 의무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모두들 어떤 방식으로든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우일 후보는 서울대법‧정관 개정 및학내외 소통 강화를 들었다. 법과 정관 개정은 국립대의 지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통 강화를 위해 열린 총장실을 운영해 양방향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오세정 후보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고등학술원 또는 정책지식연구원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또 입시제도에 대한 수동적 대처 등 중등교육과정에 대한 방향성 제시가 부족하다며 입시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남익현 후보는 창의적 리더 양성을 위해 △인재상 정립 △기초교육 커리큘럼 강화를 강조했다. 또 다양한 공약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4년간 9000억여 원의 재원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강태진 후보는 기숙형 학부대학(Residential College, RC) 형태인 '관악 칼리지'을 내세웠다. 아울러 새로운 입학정책을 구상할 기구로 ‘입학위원회’를 신설할 계획도 드러냈다.

◆서울대 정체성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대학 총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가 대표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그 대학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대학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학내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그러나 대학의 목적이 각 대학의 특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총장의 역할도 대학의 목적에 따라 다르게 행해져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 서울대는 서울대에 맞게 그 목적이 행해져야 한다.

21세기 한국의 모든 유형의 대학 총장들이 공유해야 할 자질은 가치지향적이고, 평생 학습자로서의 태도 그리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비전지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이런 자질을 겸비한 대학 총장들이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외의 여러 집단의 협력이 동반돼야 한다.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대학 총장의 선임 방법이다.

총학생회는 지난 18일 "상반기 총장선거에서 부실검증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이에 대한 반성 없이 재선거 과정에서도 구성원을 배제하며 독단적이고 폐쇄적으로 선거를 진행해 왔다"면서 "현행 선거 제도가 유지되는 이상 민주적 총장선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대 교수와 외부 인사 등 30명으로 구성된 총추위는 선거관리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전체 25%에 해당하는 투표권도 갖고 있다. 나머지 75%는 정책평가단 투표와 학생 전체 투표를 일정비율로 합산해 반영된다.

서울대 3학년생 김모씨는 "각 단과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총추위가 구성돼 있다"면서 "총추위원들이 자기 단과대 출신 후보자를 지지하는 행위들이 발생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학 총장이 어떻게 선임되느냐에 따라 21세기에 한국 대학 총장이 그의 역할을 구체화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대 총장 선거는 오는 24일과 26일 예비후보들의 공개 소견발표회를 연 뒤 총추위와 정책평가단 투표를 거쳐 내달 14일 3명의 최종 후보를 가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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